중국 가전 기업이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능으로 젊은 층을 공략하면서 전통 가전 왕국 일본 시장을 흔들고 있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 가전 기업이 일본에 독자 연구개발(R&D) 거점을 마련하는 등 자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과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소형 가전을 주로 판매한 중국 기업이 TV, 에어컨, 냉장고, 프로젝터 등 다양한 제품군에서 일본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닛케이는 시장조사업체를 인용해 중국 하이센스가 지난해 일본 TV 시장 점유율 12.9%를 기록, 전체 5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1위를 차지한 샤프와는 9%포인트(P) 차이를 보였다. 하이센스의 2017년 일본 시장 점유율은 2.5%에 불과했다. 저렴하게 부품을 구할 수 있는 공급망을 확보해서 값싼 제품을 선보인 덕이라고 분석했다.

하이센스는 지난해 일본 가와사키시에 '첨단 개발 기술 센터'를 구축했다. 일본 시장에 최적화한 백색가전을 개발하기 위한 거점이다. 일본 주택 구조에 특화한 에어컨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고 있다. 해당 제품은 비슷한 성능을 구현한 일본 기업 제품과 비교해 약 40% 저렴하다.
중국 앤커는 휴대성을 높인 가정용 프로젝터 '네뷸라'로 일본 시장을 공략한다. 구글 '안드로이드 TV'를 탑재해 다양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제공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CN에 따르면 앤커는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14.8% 점유율로 2위에 올랐다.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는 샤오미, 화웨이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화웨이 제품은 약 2주 동안 충전하지 않아도 사용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하면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36시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애플의 '애플워치 울트라'보다 길다.
일본 현지에서는 현재까지 자국 기업 경쟁력을 중국 기업보다 높게 평가하지만 하드웨어(HW)에서는 중국이 턱밑까지 추격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기업이 고가 기종에만 주력하면서 젊은 층 등 핵심 소비자층에서 인지도가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일본 가전 기업이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장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