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둘 중 하나는 '1등급'…'친환경' 힘준다

올 신고 제품 2277개 중 1206개…상업용 에어컨 2배↑
MZ세대, 기후변화 등 '미닝아웃' 소비 확산
가전 기능 '상향평준화'…ESG 활동 경쟁력 부상

가전 둘 중 하나는 '1등급'…'친환경' 힘준다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가전 품목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 신고 현황

올해 나온 드럼세탁기, 상업용 에어컨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 지난해 대비 약 2배 급증하는 등 친환경 가전 바람이 거세다. 가전 선택 기준으로 에너지 효율이 자리매김하면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 크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까지 확산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19일 기준 올해 출시된 전기냉장고, 김치냉장고, 전기냉방기(에어컨), 전기드럼세탁기, 의류건조기, 전기밥솥, 상업용 냉장고, 멀티전기히트펌프시스템(상업용 에어컨) 제품 가운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은 총 1206개로 나타났다. 올해 해당 제품군의 에너지 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신고 제품 수가 2277개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이 넘는 55.2%가 1등급 제품이다.

가전 둘 중 하나는 '1등급'…'친환경' 힘준다

지난해 같은 기간(1177개)과 비교해서는 소폭 느는 데 그쳤지만 내년 등급 기준 강화가 예고된 전기냉장고·김치냉장고를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전기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각각 213개, 362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품목 모두 120개 이상 줄었다. 올해 들어 업계가 대대적인 라인업 정비를 하면서 품목 절대수가 줄어든 데다 내년 김치냉장고 등 일부 품목에 한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기준 강화가 예고된 영향이 크다.

삼성전자 모델이 2022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모델이 2022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를 소개하고 있다.

반면에 두 제품을 제외한 에어컨, 드럼세탁기, 건조기, 전기밥솥, 상업용 냉장고·에어컨 등 6개 품목으로 좁히면 1등급 제품은 총 62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3개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드럼 세탁기가 전년 동기 대비 151% 많은 196개로 최다를 기록했고, 에어컨도 139개로 60% 늘었다. 상업용 에어컨과 냉장고도 각각 96%, 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신고 제품 가운데에서 에너지 효율 1등급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드럼 세탁기의 경우 올해 신고 품목 가운데 1등급 제품 비중은 지난해 대비 15%포인트(P) 높아진 98.5%에 이른다. 전기밥솥 역시 20%P 가까이 늘어난 82.8%를 기록했고, 상업용 에어컨도 76.5%로 소폭 상승했다.

에너지 고효율 가전 확산은 소비자의 구매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주 공략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지속 가능성 등 가치관을 소비 과정에서도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 확산이 대표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ESG 경영과 기업 역할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3%가 기업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유럽 에너지등급 가운데 최고인 A등급을 받은 LG전자 2도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유럽 에너지등급 가운데 최고인 A등급을 받은 LG전자 2도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

가전의 주요 기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에너지 효율에 눈을 돌리는 데다 전 사회적으로 기업의 친환경 노력 요구가 커진 점도 작용했다. 최근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핵심 의제로 에너지 효율화를 제시하는 등 친환경 가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최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골자로 하는 환경경영전략까지 발표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리 추구에서 사회적 기여로 확대되면서 기본적인 성능 외에도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