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온 드럼세탁기, 상업용 에어컨의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이 지난해 대비 약 2배 급증하는 등 친환경 가전 바람이 거세다. 가전 선택 기준으로 에너지 효율이 자리매김하면서 기술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이 크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까지 확산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19일 기준 올해 출시된 전기냉장고, 김치냉장고, 전기냉방기(에어컨), 전기드럼세탁기, 의류건조기, 전기밥솥, 상업용 냉장고, 멀티전기히트펌프시스템(상업용 에어컨) 제품 가운데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은 총 1206개로 나타났다. 올해 해당 제품군의 에너지 소비효율등급표시제도 신고 제품 수가 2277개인 것을 고려하면 절반이 넘는 55.2%가 1등급 제품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177개)과 비교해서는 소폭 느는 데 그쳤지만 내년 등급 기준 강화가 예고된 전기냉장고·김치냉장고를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에너지효율 1등급을 받은 전기냉장고와 김치냉장고는 각각 213개, 362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품목 모두 120개 이상 줄었다. 올해 들어 업계가 대대적인 라인업 정비를 하면서 품목 절대수가 줄어든 데다 내년 김치냉장고 등 일부 품목에 한해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 기준 강화가 예고된 영향이 크다.
반면에 두 제품을 제외한 에어컨, 드럼세탁기, 건조기, 전기밥솥, 상업용 냉장고·에어컨 등 6개 품목으로 좁히면 1등급 제품은 총 62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 423개 대비 50% 가까이 증가했다. 드럼 세탁기가 전년 동기 대비 151% 많은 196개로 최다를 기록했고, 에어컨도 139개로 60% 늘었다. 상업용 에어컨과 냉장고도 각각 96%, 6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신고 제품 가운데에서 에너지 효율 1등급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드럼 세탁기의 경우 올해 신고 품목 가운데 1등급 제품 비중은 지난해 대비 15%포인트(P) 높아진 98.5%에 이른다. 전기밥솥 역시 20%P 가까이 늘어난 82.8%를 기록했고, 상업용 에어컨도 76.5%로 소폭 상승했다.
에너지 고효율 가전 확산은 소비자의 구매 가치관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주 공략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지속 가능성 등 가치관을 소비 과정에서도 표출하는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 확산이 대표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의 'ESG 경영과 기업 역할에 대한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3%가 기업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가전의 주요 기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새로운 경쟁력으로 에너지 효율에 눈을 돌리는 데다 전 사회적으로 기업의 친환경 노력 요구가 커진 점도 작용했다. 최근 열린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22'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핵심 의제로 에너지 효율화를 제시하는 등 친환경 가전을 전면에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최근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골자로 하는 환경경영전략까지 발표했다.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영리 추구에서 사회적 기여로 확대되면서 기본적인 성능 외에도 지속 가능한 제품 개발에 힘을 쏟는 상황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