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15>SW특기자 등 수시전형 취지 생각해야

최근 2023학년도 대학 입시 수시 모집 기간이 종료됐다. 어느 대학의 수시 경쟁률이 몇 대 1이니 하는 보도가 쏟아져 나온다. 우리나라 대학 입시에 수시전형이 도입된 것은 1997년이다. 도입 초기에는 전체 모집 정원의 1.4%에 불과할 정도로 작은 규모였다.

[신혜권의 에듀포인트]<15>SW특기자 등 수시전형 취지 생각해야

대학 수시전형은 학생 선발에서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실시됐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교과목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던 기존 형태에서 재능이 특별한 학생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이 도입한 SW특기자 전형도 그러한 취지에서 시작됐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이러한 수시전형 취지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의 머릿속에는 '수시는 내신, 정시는 수능'이라는 생각이 명확하게 박혀 있다. 수시전형으로 대학을 가기 위해서는 내신 성적이 좋아야 한다. 정시는 수능 성적이 좋아야 한다. 수능 성적이 중요한 정시는 고등학교 재학생보다 1년 더 수능 공부를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재수생에게 월등하게 유리하다. 이러다 보니 재학생은 내신 성적으로 가는 수시에 목숨을 건다. 내신 성적이 좋지 않으면 아예 졸업도 하기 전부터 재수를 택하는 학생도 있다.

왜일까. 다양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도입된 수시전형이 왜 내신이 우수한 학생의 전유물이 됐을까. SW특기자 전형이 처음 도입될 당시만 해도 'SW만 잘해도 명문대 간다'는 말이 있었다. SW중심대학은 다양한 SW 관련 활동만으로 학생을 선발했다.

SW특기자 전형은 2023학년도에 3개 대학으로 줄었다. SW특기자 전형 대부분은 내신성적을 보고 선발하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변경됐다. SW특기자 전형을 폐지한 대학도 많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있다. SW특기자 전형 등 다양한 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수시전형이 지나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또 일부 부유층 자녀들이 부모 찬스를 통한 '스펙 쌓기'로 대학을 가는 창구가 된다는 것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언론이 다루었듯이 분명 그러한 일이 많이 존재했다.

그렇다고 빈대 잡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울 순 없지 않은가. 이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다. 물론 문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제도를 없애기보다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정책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구석구석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 해도 적용하기에 따라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이건 아닌가 봐' 하는 식으로 제도를 없앤다면 어떠한 제도도 실효성을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교육 제도는 교육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한다. 보편적 교육 정책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인재 양성 교육도 필요하다.

수시 모집이 마감된 후 언론에서는 어느 대학의 의대 경쟁률이 몇이니, 약대 경쟁률은 어느 대학이 높으니 하는 등 우수 학생이 몰린다는 의대·약대 경쟁률 기사로 넘친다. 그만큼 수시도 교과목 성적 순으로 대학을 지원하고, 학생을 선발한다는 의미다. 오히려 이러한 결과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교과목의 사교육 활성화 원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교육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아주 오래전부터 피아노학원, 미술학원, 태권도학원 등 많은 학원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학원이 우리나라 교육을 망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피아노를 배우고 태권도도 가르쳐 주는 교육의 다양성 측면에서 효과가 있다.

정부가 연일 디지털 인재 양성을 외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리더가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세계적 음악가가 탄생하듯 세계적 SW 리더도 탄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SW교육을 확대해야 한다. 공교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건전한 사교육을 인정해야 한다.

대학도 SW를 잘하는 인재를 선발하는 SW특기자 전형을 확대해야 한다. 교과목만 잘한다고 해서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이 길러지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 사고에 갇혀서 제한된 역량만 갖추게 될지도 모른다. 앞으로라도 문제가 되는 부분은 과감하게 도려내고 개선해서 SW특기자 등 수시전형의 취지를 올바르게 되살려 운영하기를 바란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