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을 넘어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미국 '실리콘앨리'에서 뭉쳤다. 실리콘앨리는 뉴욕 맨하튼에 위치한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등이 밀집한 지역으로, 샌프란시스코(실리콘밸리)·보스턴과 함께 미국 3대 창업권역으로 꼽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한·미 스타트업 서밋'이 20일(현지시간) 뉴욕 피어17에서 개막했다. 이틀간 열리는 행사는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과 스케일업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현대차·네이버클라우드·구글 3개 대기업과 15개 스타트업이 공동 전시관을 꾸려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를 다졌다.
현대차는 포엔, 마키나락스, 식스티헤르츠 등과 함께 참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투자사에 비즈니스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스타트업과 국내보다 해외에서 투자유치가 필요한 기업을 중심으로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20년 분사한 포엔은 폐배터리를 재제조·재사용·재활용하는 회사다. 전기차 보급이 얼마 되지 않아, 배터리 재활용이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글로벌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으로, 이번 행사를 해외 진출 기회로 삼고 있다. 포엔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렇다 할 선두기업이 없어 선점이 중요하다”면서 “내년 미국 법인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조 인공지능(AI) 솔루션 스타트업 마키나락스도 뉴욕에서 회사를 알릴 수 있게 된 데 기대를 표했다. 마키나락스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법인을 설립하고 미국 진출에 나섰지만, 가장 어려운 점이 네트워킹을 쌓는 것”이라면서 “한·미 스타트업 서밋이 미국 투자유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키나락스는 딥러닝·강화학습 기반 이상탐지와 지능제어 기술을 통해 생산을 효율화하는 산업용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네이버클라우드도 5G 기반 드론 관제 솔루션 '아르고스다인', 스마트설비 관리 시스템 '퓨처메인', 산업용 증강현실(AR) 제품 개발사 '아리아엣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특화 디지털 솔루션 '아이이에스지' 등과 공동관을 구성했다. 모라이는 자율주행 시스템 검증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이다. 일종의 디지털 트윈에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성능을 검증한다. 국내에선 시범운영지구에서만 자율주행차를 운영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실을 그대로 옮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라고 말했다.
구글도 모바일 게임사인 '스티키핸즈', '플레이하드'와 음성인식 활용 한국어 회화 서비스 '트이다', K-팝(POP) 콘텐츠 '뷰립' 운영사 '스페이스오디티' 등과 참가했다.
이들 기업은 공동관 참여 외에 기술과 사업 모델 등을 설명하는 '데모데이'를 갖고, 회사를 알리는 동시에 협력을 모색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이번 행사는 정부와 스타트업이 함께 세계로 진출하는 시도”라며 “글로벌을 향해 첫발을 뗀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21일에는 미국 벤처캐피털(VC)을 대상으로 한 투자유치(IR)를 추진하고, 국내 모태펀드와 미국 VC의 공동펀드 조성을 위한 협약식을 갖는 등 보다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카이스트는 미국 뉴욕대학교와 뉴욕에 공동 캠퍼스를 열고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돕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카이스트의 뉴욕 캠퍼스 설립에 맞춰 해외 진출 기업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뉴욕(미국)=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