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한앤코)가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를 상대로 제기한 주식 양도소송에서 완승했다. 작년 5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지 1년 4개월여 만이다. 홍원식 회장측은 법원 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홍원식 회장과 한앤코 간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만큼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오너리스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0민사부는 한앤코가 제기한 남양유업 주식양도(계약이행) 소송에서 한앤코 전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는(홍원식 회장 비롯 최대주주 일가) 주식을 이전하는 계약을 이행하라”고 판결했다.
그 동안 홍원식 회장측은 가족에 대한 예우를 계약 전제조건으로 삼았지만 계약 과정에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해왔다. 또 동의 없이 진행된 쌍방대리로 계약이 한앤코에 유리하게 진행됐다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대해 한앤코측은 정면 반박하고 있다. 이면계약을 체결한 바 없고 쌍방대리 역시 계약 체결에 관한 법률 자문일 뿐이며 이는 통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맞섰다.
세부적인 내용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전부 승소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미뤄 재판부는 홍 회장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홍 회장측은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며 즉시 항소한다는 계획이다.
홍 회장은 법률대리인인 LKB를 통해 “가업으로 물려받은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쌍방대리 행위 등으로 매도인 권리를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면서 “한앤코가 쌍방대리를 사전에 동의받았다 주장했으나 이에 관련한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못했고 명백한 법률 행위를 자문 행위라 억지 주장을 펼쳤다. 또한 상호간 사전 합의한 내용을 이행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내용을 재판부가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은 것 같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피고의 권리 보장을 위해 즉시 항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 회장이 즉시 항소 계획을 밝히면서 소송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한앤코는 “남양유업의 임직원, 소액주주, 대리점, 낙농가 등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며 “경영 정상화가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 판결을 수용하고 국민 앞에서 스스로 약속했던 경영 일선 퇴진 및 신속한 경영권 이양을 이행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실제 남양유업은 올해 연결기준 2분기 영업손실 199억원을 기록하면서 2019년 3분기부터 12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홍 회장은 1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에서도 올해 상반기에 급여로만 8억11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한앤코는 작년부터 이어져온 법정 싸움을 뒤로 하고 경영권 인수 작업을 조속히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한앤코 관계자는 “한앤코 경영 원칙을 토대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브랜드, 새로운 남양유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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