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업인 건설업에 모듈러 공법으로 혁신을 몰고 온 스타트업이 있다. 주인공은 스페이스웨이비. 이 회사는 공장에서 주택을 만들고, 현장으로 운반해 설치하는 모듈러 하우스 '웨이비룸'으로 건설업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했다.
홍윤택 스페이스웨이비 대표는 “건설 분야에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그에 따른 민원, 노동조합 문제, 안전 및 하자 관리 등 과거부터 이어온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가 많다”면서 “모듈러 공법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보장하면서 빠르고 친환경적으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웨이비룸은 모듈러 공법을 이용한 '공간'으로, 전원주택, 세컨하우스, 숙박시설, 연구소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공장에서 공정의 80% 이상을 수행하기 때문에 날씨 등 외부환경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 토목공사(현장)와 동시 진행이 가능해 공사기간을 20~50% 단축할 수 있다. 또 규격화된 공정과 자재를 기반으로 이뤄져 체계적인 품질 관리는 물론 부자재 손실을 줄인다.
최근 대두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모듈러 공법은 정해진 공정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부자재를 발주한다. 남은 자재는 재사용해 건축폐기물을 줄이고, 공기 단축으로 트럭과 크레인 등 중장비 사용도 최소화해 탄소배출량을 절감하는 친환경 방식이다. 제조업 시스템 안에서 채용 인력이 공정을 진행하므로 '연속적 하도급 관행' 이슈에서도 자유롭다.
시장 반응도 좋다. 올 3분기에만 80채를 계약했다. 단독주택, 전원주택, 세컨하우스 등으로 활용하려는 30대 중반에서 40대 후반 연령대가 주고객이다. 독채펜션 등 숙박시설과 타운하우스 등 주거단지를 개발하는 시행사도 웨이비룸을 찾고 있다.
홍 대표는 “고객이 원하면 다수의 모듈러를 이어 붙여 큰 평수 주택을 공급할 수 있고 4~5층 건물 제작도 가능하다”면서 “건축법에 맞춰 만들기 때문에 일반 건축물만큼 안전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호주, 아시아 국가 등 해외 시장도 노린다. 접었다 펴는 15평 규모 주택 '웨이비홈'을 개발해 해외 모듈러 하우스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트레일러로 끌고 이동할 수 있는 '웨이비고', 공유형 별장 '웨이비야드' 등 모듈러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홍 대표는 “건물은 땅에 귀속되지 않아도 된다”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주택 개발이 가능한 것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모듈러 하우스가 건설산업의 거대한 흐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32층 건물 '브루클린 B2'가 930개 모듈러를 쌓아 올려 20여일 만에 완공되는 것을 봤다.
그는 “도심에서 분진과 소음 피해 없이 건물을 지으려면 모듈러 공법이 해답”이라면서 “건설업에 제조업을 접목시켜 공장에서 공간을 제작하면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전체 주택 건설 시장의 50% 이상, 미국·캐나다는 10% 이상이 모듈러 하우스”라고 덧붙였다.
스페이스웨이비는 자동차 산업을 혁신한 테슬라와 비견되곤 한다. 스페이스웨이비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테슬라와 닮은 구석도 많다. 온라인 주문 제작,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공정, 고객 편의를 높이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다.
홍 대표는 “로봇을 투입해 자동화 공정을 만들고 전기·가스·수도요금을 점검하는 등 집 관리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개발하겠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수리 내역 등 주택의 생애주기를 투명하게 나타내 중고거래에 활용하는 서비스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