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위기극복을 위한 국민 지지를 호소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의석 수를 앞세운 입법독주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쟁을 멈추고 민생과 경제 회복에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29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계 질서 재편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대한민국을 새로운 응전 체제로 대전환해야 한다. 새 정부 첫 정기국회부터 전쟁터로 만든다면, 외부의 도전에 맞설 제대로 된 응전 태세를 갖출 수 없다”고 했다.
정 비대위원장 연설은 혼란스러운 당 상황에 대한 반성과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에 대한 규탄,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국민 동참 호소였다. 먼저 “기울어진 의회 권력의 난맥을 탓하기에 앞서, 저희들의 부족함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사죄한다”라며 새로운 각오로 당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제 분야에선 △산업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지연 △인구절벽과 지방소멸 위험 △경제적 불평등 △일자리 부족 △사회 보험 재정부족 등의 문제를 언급하며 전임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책임론을 언급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과도하게 늘려놓은 규제와 세금으로 민간의 활력이 크게 떨어졌다”라며 “국정 전환은 결국, 이러한 잘못을 바로잡는 데서 출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주당이 협치가 아닌 공세 일변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했다. 특히 과거 일본문화개방, 한미FTA 추진, 이라크 파병 등 진보진영 반대에도 결단을 내렸던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업적을 언급하며 현재 민주당에는 이 같은 모습을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항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 위원장은 “대장동 사건, 백현동 사건, 성남 FC, 변호사비 대납, 애당초 우리 당에서 처음 내놓은 사건은 하나도 없다”며 “모두 민주당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제기됐던 문제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직 대통령도 잘못이 있으면 감옥에 보내는 것이 지엄한 대한민국의 법인데 도대체 누가 예외가 될 수 있나”라면서 “사법을 정치에 끌어들여 이를 막으려 든다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이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건 '기본 복지' 가치에 대해서도 혹평했다. 재원 마련 대책도 없이 인기에 편승한 포퓰리즘 정책이 만연한다면, 대한민국은 재정 파탄, 국가 부도의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확장재정에서 벗어나, 목소리 큰 이익단체보다 어려운 약자를 먼저 챙기는 '약자 복지'가 핵심이라고 했다.
여야가 국회중진협의체 구성에 속도를 내자고도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중진협의체 구성에 김진표 국회의장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이 대표도 마음을 열고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정 위원장은 “어제 이재명 대표께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제안하신 개헌과 선거법 개정, 국회 특권 내려놓기 등도 이 기구를 통해 충분히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한편, 민주당은 정 위원장 연설을 두고 '남 탓' 연설이라고 혹평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연설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의 고달픈 5년을 선언하는 연설 같았다”고 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 위원장의 연설은 남 탓으로 일관한 공허한 연설이었다”며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야당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고 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