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급 소프트웨어(SW) 개발자 확보를 위한 정보기술(IT) 업계 경쟁이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등으로 업계 내 IT 프로젝트 재개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개발자 등 관련 인력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인력은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 대기업만을 지망함에 따라 인재 미스매치로 인해 업계 동력은 점차 상실되고 있다. 정부가 관련 인재 양성 지원에 나섰지만 장기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중소 IT 기업 등은 여전히 인력 수혈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본지는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IT 업계가 눈을 돌린 베트남 현지 인력 채용 현황을 살펴보고, 해외 인력 채용의 안정성 및 성공 가능성을 분석했다.
국내에서 맞춤형 SW 개발·공급 전문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지난해를 최악의 한 해로 비유한다. IT 업계를 강타한 경력직 개발자 '고(高) 연봉화' 바람에 이어 대기업만을 택하려는 신입 개발 인력의 장기 정체화로 사내 개발 인력을 확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A 대표는 “SW 신규 개발 및 공급 계획을 어쩔 수 없이 중단한 상태”라면서 “기존 사업만을 유지하는 것도 점차 버거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업계 전반에 걸친 현실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2021년 SW산업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이 1순위로 꼽은 채용 과정에서의 애로사항은 필요한 역량을 갖춘 인력 부족(49.3%)이 가장 많았으며, 우수한 인력의 입사 지원 부족(21.2%)이 뒤를 이었다.
이는 개발자 인력 부족 현상을 장기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 개발자 부족 현황은 2020년 약 5000명 수준에서 지난해 갑절에 가까운 9400여명으로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1만4000여명이 부족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타개책으로 업계는 해외 인재 채용에 주목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트남은 관련 인재 공급 규모나 질적 수준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베트남은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의 평균연령이 20대이며,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등에서 지속 상위권을 차지하며 인재 양성 최적 국가 양상을 보인다. 베트남 주요 대학 중 하나인 하노이공과대학은 IT 업계 희망 인재와 직결되는 컴퓨터과학 전공자가 약 30%에 이르는 등 인재풀은 질적·양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다.
국내 대비 낮은 연봉 수준도 중소 IT 기업에는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국내 IT 중견기업의 평균 초봉은 5000만원을 넘어서지만 베트남 내 2~3년차 개발 인력 연봉은 2300만~2500만원인 절반 수준이다. 최근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등 IT가 기존 산업에 접목되는 융합 시도가 이어지면서 개발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에서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는 큰 경쟁력이 된다.
전문가들은 전 산업군에 걸쳐 개발자 등 IT 인력 수요가 급증하는 만큼 해외 인력 직접 채용 규모는 물론 전문 개발사 해외 설립 사례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사소통과 개발역량 검증 등 해외 인력 채용에 대한 우려와 달리 국내 '주니어급' 개발자 수준을 웃도는 인재를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인력난으로 위기에 몰린 업계 활성화를 위해 해외 인재 활용과 관련한 규제나 행정적 부분 등이 개선된다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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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