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지트로닉스-ETRI, 무선통신·레이더용 RF 전력소자 국산화 '성큼'

S대역 300W급 GaN 전력소자 개발 성공…군수 레이다 외에 신시장 활용도 높아

시지트로닉스(대표 심규환)는 국내 화합물반도체 난제인 무선통신 및 레이더용 고주파(RF) 전력 소자 국산화에 성공했다고 4일 밝혔다.

이 회사는 강동민 한국전자통신연구소 RF·전력부품연구실장팀으로부터 기술이전을 통해 300와트(W)급 질화갈륨(GaN) RF 고전자이동도 트랜지스터(HEMT) 동작 성능을 입증했다.

GaN은 차세대 반도체 핵심 소자로 꼽히는 물질로, 기존 반도체 소자로 쓰이는 실리콘(Si)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항복전압으로 고전압 동작에 유리하다. 별도의 에너지 저장공간이 요구되지 않아 고전압 전력 반도체에 적합하다. Si를 대체할 물질로 떠오른 갈륨비소(GaAs) 대비 전력밀도와 전력효율이 7배 이상 높은 장점도 지닌다.

칩 와이어 밴딩 GaN RF HEMT 소자 단면구조.
칩 와이어 밴딩 GaN RF HEMT 소자 단면구조.

이 회사의 300W급 GaN 전력 소자는 S-대역인 2~4기가헤르츠(㎓) 주파수에서 동작한다. 군수 산업에선 레이다 장비에 적용하고 5세대(G) 이동통신, 무선인터넷(WiFi), 블루투스 등에 활용한다. 가전산업 수요처로 RF 오븐, 플라즈마 조명 및 반도체 장치용 고주파 발생기 등 신시장 활용도도 높다.

강동민 ETRI 실장팀은 1차 기술이전에서 고출력과 고효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GaN HEMT를 제작했다. 칩을 패키징하고 검증 모듈에 장착해 출력전력 300W, 전력밀도 10W/㎜ 이상의 GaN 반도체 소자 성능을 국내 최초로 확인해 기술 자립화를 달성했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는 질화갈륨 RF 소자 시장규모가 연평균 19.25%씩 성장해 2025년에 총 20억 달러에 달하고 단위소자는 43%인 8.5억 달러 규모일 것으로 전망했다.

강동민 실장은 “세계적으로 미국과 일본만 보유하고 있는 최신형 전투기의 핵심기술인 에이사 (AESA) 레이더에 적용하는 등 방위산업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GaN RF 소자가 들어가는 AESA 레이더는 이지스함, 패트리엇과 같은 감시정찰 원거리 초정밀 체계에 사용되어 국방 자립화에 핵심 중의 핵심으로 꼽힌다.

시지트로닉스는 ETRI로부터 2020년부터 기술이전을 시작했고 현재는 2차 기술이전을 진행 중이다. 소자 구조와 공정기술, 패키징 기술을 보강해 내년에 샘플 수준을 확보하고 2024년에는 대량생산으로 진입할 계획이다.

세계적으로 GaN RF 반도체 분야의 경쟁사는 4인치 라인을 보유해 최근에 6인치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단계이다. ETRI 팹은 4인치로 시지트로닉스는 6인치 M-팹에 일부 장비를 보강함으로써 세계적으로도 GaN RF 제품의 생산성이 2배로 우월한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GaN 반도체 사업화를 위해 ETRI 연구진과 지속적인 협력을 구상하고 있으며 제품의 출력을 강화하고 5G 28GHz 고주파로 확장하기 위한 후속 개발로 연계할 방침이다.

한편 시지트로닉스는 전북대 대표적 실험실창업 벤처기업으로, 그동안 구축한 M-팹 시설과 장비를 기반으로 6인치 와이드밴드갭(WBG) 반도체 소자 공정에 대한 파운드리 공정서비스를 시작했다. 광사진전사용 스테퍼를 비롯해 80여 종의 장비를 복수로 보유해 6인치 전공정, 후공정, 테스트까지 생산 및 공정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지원으로 DB하이텍의 8인치 라인에 화합물 반도체 패키징 전문기업 RFHIC의 패키지 및 신뢰성 테스트 기술과 연합함으로써 2026년까지 8인치 GaN 전력 소자의 파운드리의 기반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 연구사업에도 착수했다.

시지트로닉스는 경쟁력 높은 에피성장 기술을 보유해 나노 수준 미세 접합의 반도체 신소자 구조를 구현하는 특화된 기술력으로 정전기 유입(ESD), 과도전압서프레서 다이오드(TVS), 광센서(APD, BB-PD), 전력 소자(MOS, MCT)를 사업화하고 있다. 국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6인치 M-FAB를 더욱 보강함으로써 3세대 반도체인 GaN, 실리콘카바이드(SiC), 산화갈륨 등에 대한 기술개발과 사업화를 중점으로 추진하고 있다.

심규환 대표는 “차세대 제품화에 추가적인 시간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ETRI와 지속해서 협력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10년 또는 20년이 걸리더라도 WBG 화합물반도체 파워와 RF 분야의 완벽한 자립화는 국가 미래를 위한 사명을 가지고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완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