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법인세 개편안에 대해 '부자 감세'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이 정부 개편안을 지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4일 '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법인세율 인하는 기업 투자와 고용을 늘리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7월 세제개편안에서 현행 4단계 구조인 법인세율 체계를 대기업은 20%와 22%로, 중소·중견기업은 10%, 20%, 22% 3단계 구조로 개편하는 안을 발표했다. OECD 국가들은 1980년대 중후반까지 47% 내외의 세율로 법인소득을 과세했으나 이후 인하 추세가 지속돼 2021년 기준 최고세율은 23.2%를 기록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개편안에 대해 “대기업 2단계 세율구조는 기존 최저-최고세율 간 차이를 15%포인트(P)에서 2%P로 축소해 사실상 단일세율과 유사한 체계”라며 “중소·중견기업 세율구조도 2단계 누진구조에 가까운 형태”라고 분석했다. 또 “법인에 대한 누진적 차등 과세로는 소득재분배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대기업에 대한 중과는 해당 주식을 보유한 중산·서민층이나 중소기업에 돌아갈 배당과 시세차익을 축소하며 역진적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인세 감세가 '부자 감세'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구호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주식투자의 보편화와 공적·사적연기금 적립금 상당 부분이 주식투자로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중산·서민층 자산형성과 모든 소득계층의 고령자 연금소득에서 주식투자 기여가 확대됐으며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하면 기업실적이 중장기적으로 개선돼 보다 많은 배당소득과 주식평가차익이 개인과 국민연금에 귀속될수록 국민 노후가 보장된다”고 분석했다. 법인세를 부담하는 경제주체가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는 점도 법인세율 인하가 필요한 근거로 꼽았다.
KDI는 보고서에서 세제 강화로 인한 법인세액 증가는 자본 유출을 통한 노동생산성 하락을 초래해 임금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근로자가 법인세액의 50%를 부담하며, 저숙련 기술자, 청년층, 여성 근로자의 부담이 더 크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도 법인세 한계세율이 20%에서 22%로 인상될 때 임금수준은 0.27% 감소했다. 법인세 부담 증가는 시간제 근로자와 같은 취약 노동자에게 더 크게 발생했다.
다만 김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율을 인하하더라도 이자율, 임금 수준, 산업구조 변화 등 다른 요인으로 인해 투자·고용 효과가 상쇄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법인세율 인하가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는 있으나 감소했다는 결과는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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