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신흥주자로 떠오르던 명품 플랫폼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과도한 마케팅 경쟁으로 월 거래액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와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후속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사업이 크게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발란·트렌비·머스트잇은 올 하반기 광고비용을 최소치로 줄였다. 1년 전 광고비용에만 수백억원을 쏟으며 거래액 경쟁에 나선 것을 감안하면 큰 변화다. 지난해 3사가 광고비로 지출한 비용은 624억원에 이른다.
가장 시급한 곳은 발란이다. 발란은 올해 1분기부터 추진한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최형록 대표가 7월 말까지 완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10월까지 밀린 상황이다. 애초 8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희망했지만 현재 5000억원 이하로 낮춰 투자 유치를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란이 자금난에 빠졌다는 신호다. 상반기에 가격 꼼수 인상, 가품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진 데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광고비용도 줄였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트렌비에 함께 투자한 일부 투자사가 발란 후속 투자에서만 빠졌다는 소식도 들린다.
반전 카드로 여겨지던 오프라인 매장도 악수로 작용했다. 최신 리테일테크를 접목해 온·오프라인을 연계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꺼내 들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는 모습이다. 오히려 입점 건물인 서울 여의도 IFC몰의 임대료로 나가는 고정 지출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렌비는 최근에서야 자금난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8월 총 350억원 규모의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했지만 이보다 앞서 발행한 전환사채(CB) 200억원이 반영됐다. 비상장기업이 CB를 통해 자금을 유치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투자 유치 이후 트렌비는 개인간거래(C2C) 플랫폼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고객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3사 가운데 지난해 매출이 가장 낮은 머스트잇은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이다. 올 상반기에 CJ온스타일로부터 200억원의 투자를 받았고, 협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두 회사가 함께 기획한 명품 라이브커머스 '머스트잇LIVE'의 첫 방송은 시청자 수 3만9000여명을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최형록 발란 대표와 박경훈 트렌비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 받은 △청약 철회 거부 △과도한 반품비 등에 대해 집중 검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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