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크라가 '푸틴 브레인' 딸 암살 배후일 것"…확전 우려

美 "우크라가 '푸틴 브레인' 딸 암살 배후일 것"…확전 우려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러시아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아 두기나 폭사 사고 배후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있을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CNN 등이 보도했다.

CNN은 미 정보당국의 이러한 판단은 차량 폭발이 사전에 계획된 것이라는 러시아의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보인다면서, 미 당국의 판단이 정확하다면 이는 우크라이나의 비밀작전 확대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CNN과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사전에 그 계획을 몰랐으며, 암살에 우크라이나 고위 간부 중 누가 관여했는지도 불분명하다”며 “미국이 이 작전(두기나 암살)에 대해 알았다면 이를 반대했을 것. 두기나의 상징적인 가치가 높은 것은 맞지만 전쟁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도 거의 없는데다 되려 러시아를 자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월 20일 오후 9시 30분께 모스크바 인근 외곽에서 도요타 SUV가 폭발해 불길에 휩싸이면서 이를 운전하던 두기나가 사망했다. 이날 두긴과 두기나는 한 행사에 참석했다가 같이 돌아올 예정이었지만, 두기나 혼자 아버지의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 남성과 여성 각 1명이 사건에 개입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FSB는 비밀요원이 자신의 10대 딸과 두기나가 거주하는 건물 아파트에 들어간 뒤 한 달간 두기나의 생활 패턴을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는 두기나의 사망 직후 CNN에 우크라이나는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실제 목표가 두긴이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차량이 아버지인 두긴의 것이었기 때문에 작전을 수행한 요원들이 두 사람이 모두 차에 탄 것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소식통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계획된 모든 공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두기나의 아버지인 두긴은 푸틴의 사상에 영향을 끼쳐 푸틴의 ‘브레인’이자 ‘사상적 스승’으로 불리는 극우 사상가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적극적으로 찬성했고, 2014년 크림반도 강제 합병 당시 우크라이나인을 죽이라며 크렘린궁의 군사 행동을 선동했다.

딸 두기나 역시 언론인이자 정치 평론가로 활동하며 아버지의 사상을 지지하고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둔하기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