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예부터 물이 있는 곳에서 문명이 시작됐다. 문명의 발전은 물길(水道)을 따라 이루어졌다. 고대 로마가 거대한 문명을 발전시킨 것도 많은 수로를 놓아 안정적으로 물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도는 인류와 함께 발전했다.
19세기 들어 영국과 미국에 현대적인 상수도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들어서고 수인성 전염병이 예방되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은 크게 늘었다. 깨끗한 수돗물이 공급될수록 삶의 질도 함께 높아졌다.
상수도는 수명 연장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이며, 국민 모두 그 혜택을 공평하게 누려야 한다. 그러나 국지적인 홍수와 가뭄은 언제든지 수돗물 공급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도시의 인구 집중은 이러한 불균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산업단지가 건설되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 중심으로 대량의 물 수요가 발생함에 따라 지역 간 물 수급 불균형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이에 환경부는 최근 지역 간 물 수급 불균형 문제 해소를 위한 첫걸음으로 상수도 분야 최상위 계획인 제1차 국가수도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언제 어디서나 국민 모두 신뢰하는 수도서비스 제공'을 비전으로 정하고 올해부터 10년 동안 안전하고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담았다.
그동안 한국수자원공사가 운영한 광역상수도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한 지방상수도를 하나의 수도계획체계로 통합함으로써 지방상수도의 부족한 용수를 광역상수도에서 공급할 수 있고, 효율적인 수도시설 설치가 가능해졌다. 수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신속한 복구 등으로 비용 절감은 물론 예기치 못한 단수로 말미암은 국민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지역 간 물 수급 불균형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국을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섬진강 등 4대강 유역 중심으로 수도시설 계획을 수립하여 지역 내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특히 지역 특수성으로 용수가 부족한 지역은 대체 수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우선 하수처리수 재이용을 확대하고, 지역 여건에 따라 해수 담수화와 강변 여과수 등 다양한 대체 수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번 국가수도기본계획은 최근에 발생한 수돗물 적수 사고 및 유충 발생과 같은 위험 요인을 예방하기 위해 수돗물 생산 전 과정을 식품 위생 수준으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수도시설 위생인증제 도입, 수돗물 수질 실시간 감시 등 생산에서 가정에 이르기까지 수돗물 수질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다.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국가 핵심사업에 필요한 공업용수 확보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우선 재이용수 활용을 최대한 확대하고, 반도체 공정 등에 필요한 초순수 공업용수는 양질의 댐 용수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온실가스 저감을 위해 광역상수도 정수장부터 태양광·소수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 수도시설에서 사용하는 전력을 자급할 수 있도록 했다. 모든 수돗물 생산시설에 저탄소 고효율 설비를 도입하는 등 국가적인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상수도 분야가 앞장설 것이다.
21세기 기후변화 시대를 맞아 모든 국민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이번 국가수도기본계획은 국민 누구나 안전하게 물 복지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밑그림이다. 차질 없이 추진해서 물관리 일원화 이후의 변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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