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저축은행 '금리 역전'…제2금융권 수신 확보 '빨간불'

우리은행, 4.5% 예금상품 내놔
SC제일·IBK기업은행도 4%대
기준금리 쇼크 '역전 심화' 예상

시중은행-저축은행 '금리 역전'…제2금융권 수신 확보 '빨간불'

금리상승 여파가 확대되면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뒤집히는 '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최근 금리상승 기조에 따라 저축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시중은행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금리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에 0.1%포인트(P)라도 높은 금리를 받으려는 소비자 수요가 커지면서 제2금융권 수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이 최근 '원(WON)플러스예금'으로 금리 연 4.5%(12개월 기준) 상품을 내놓으면서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뛰어넘었다.

이날 기준 79개 저축은행 중 정기예금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스마트저축은행이었다. 스마트저축은행은 12개월 기준 정기예금 상품에 연 4.35%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외에도 시중은행 중 SC제일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이 연 4.20%(12개월 기준), IBK기업은행 '1석7조통장(정기예금)'이 연 4.05%(12개월 기준)라는 점을 볼 때 상대적으로 유사했다.

통상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것이 관례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낮으면 사람들이 굳이 저축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저축은행은 시중은행보다 최소 1%P 이상 금리 격차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시중은행들이 수신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면서 저축은행 상품과 금리 격차가 좁아지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상승 여파로 시중은행을 포함한 저축은행 역시 잇달아 금리인상에 나서고 있다”며 “대출 확대가 여의찮은 상황에 무작정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업계 특성상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리 격차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 증가율 차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저축은행 수신액 증가율은 올해 5월 말 112조7904억원을 기록해 전월 대비 8%를 기록했으나 6월 말 3.2%, 7월 말 0.6%까지 낮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시중은행은 5월 말 1.2%, 6월 말 1.3%, 7월 말에는 1.1%를 기록해 저축은행 수신액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금융권에서는 금리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돼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역전 현상도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2.25~2.50%에서 3.0~3.25%로 0.75%P 인상하면서 우리나라 역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통상 은행은 수신상품 금리를 바로 반영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해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 추세도 계속되지 않겠나”라며 “이런 추세를 반영할 때 일부 은행의 특판과 더불어 수신상품 금리 인상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