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공급망 격변, 철저한 대비를

미-중 무역분쟁과 자국 이기주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 바람이 거세다. 최근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14를 뜯어 보면 그 격변의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스마트폰 분석업체가 아이폰14를 분해해서 국가별 원가 비중을 분석한 결과 미국 비중이 32.4%로 가장 높았다. 전작인 아이폰13에서 22.6%로 우리나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하던 미국 부품의 원가 비중이 이번 신제품에서는 가장 높아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이폰13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던 비중이 이번에는 24.8%로 줄어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 국가들의 원가 비중이 모두 줄었다는 점이다. 일본이 14.5%에서 10.9%로 하락했다. 대만(7.2%)과 중국(3.8%) 비중도 이전 제품보다 낮아졌다.

애플은 제품 콘셉트 디자인과 설계에 집중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부품업체들을 소싱해서 원가를 낮추는 전략을 펼친다. 애플의 공급망 관리는 원가와 효율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애플이 신제품에 미국산 부품의 비중을 높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앞으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 관리가 더욱 강화될 공산이 높다. 특히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등 여타의 미국 제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결국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태풍 속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해서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 정부는 우리 기업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고 교섭 역량도 길러 가야 할 것이다.

et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