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글로벌 제조혁신 성공 모델 'LG스마트파크'

김해공항에서 40분 남짓 달려 도착한 창원시 성산구. 통합 창원시 행정·산업 중심지인 이곳에는 국내 대표 기업 생산시설이 밀집돼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 받는 공장은 'LG스마트파크'다. 지난 3월 국내 가전 업계 최초로 세계경제포럼(WEF) '등대공장'으로 지정된 이 시설은 LG전자 연구개발(R&D)·생산 핵심 거점이다.

창원 LG스마트파크 1 전경
창원 LG스마트파크 1 전경

◇로봇이 부품 배송

1976년 준공된 LG전자 창원공장은 2017년부터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시작해 2021년 9월 LG 스마트파크 1단지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6일 기자단이 방문한 LG스마트파크1은 연면적 38만3000㎡ 규모에 통합생산동과 R&D센터가 위치한 생산·연구 중추 시설이다.

통합생산동 1층 로비에 들어서면 디지털 트윈 기술로 구현한 생산라인과 부품 이동, 재고 상황, 설비 이상 유무, 제품 생산 실적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상황판이 보인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에서 5G 전용망 기반 물류로봇이 물건을 나르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 냉장고 총조립 라인에 들어서자 바닥에 있는 녹색, 노란색 선부터 눈에 띈다. 녹색은 로봇이, 노란색은 사람이 다니는 길을 의미한다. 녹색 줄에 마킹된 QR코드를 인식해 이동하는 물류로봇(AGV)은 최대 600㎏까지 물건을 실어 나른다. LG전자가 자체 개발해 50여대를 운용 중이다.

1층 물류센터에서 3층 조립동까지 원스톱으로 제품이 이동하는 시스템은 물론 3층 지상에 별도 한 층을 더 만들어 실시간으로 부품을 조달하는 환경도 구현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무거운 냉장고 부품을 옮기고 있다.
LG스마트파크 통합생산동 생산라인에 설치된 로봇팔이 무거운 냉장고 부품을 옮기고 있다.

◇하루 500GB 데이터 생성

LG스마트파크는 생산 시설의 새 모델을 정립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트윈 접목이다. 가상공간에 현재 생산라인과 동일한 대상을 만들고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시뮬레이션한다.

통합생산동에서 하루에 수집하는 데이터 양만 500GB가 넘는다. 이를 실시간 분석해 10분 뒤 상황을 공유, 불량 발생이나 부품 수요 등을 선제 파악한다. 불량 원인 분석 시간은 기존 대비 약 50% 단축됐고, 현장 불량률은 30% 줄었다.

한 개 라인에서 다양한 모델을 만드는 '혼류생산'도 LG스마트파크만의 강점이다. 로봇에 모델별 작업 매뉴얼을 학습시킨 데다 사람이 조립에 필요한 부품까지 로봇이 자동으로 가져다 준다. 자동화 기술로 한 라인에서만 최대 58종 모델 생산이 가능하다.

축적된 데이터는 세계 최고 수준 자동화를 구현했다. 각 작업장의 부품 수요를 예측해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한편 20㎏이 넘는 무거운 냉장고 문 조립부터 위험한 용접, 손이 많이 가는 나사 조립까지 로봇이 대신한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츄얼 팩토리를 확인하고 있다.
LG전자 직원들이 LG스마트파크의 지능형 공정시스템이 보여주는 버츄얼 팩토리를 확인하고 있다.

◇ESG 경영 한몫

LG스마트파크는 친환경 생산시설 성공 사례로도 꼽힌다. 이곳에 설치된 전력 피크 저감용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전기 사용량이 적고 전기 요금이 저렴한 심야 시간대 전력을 배터리에 저장했다가 주간 피크 시간대에 사용한다. 주요 열원은 창원시 소재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스팀으로 변환해 공급받는다. 연료를 직접 연소시키지 않고 재활용된 스팀을 활용, 온실가스 배출을 줄인다.

최근에는 GS EPS와 손잡고 LG스마트파크 옥상에 1만여장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연내 1차 준공해 운영을 시작하고 2025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2025년이면 건물 사용 전력의 10% 이상을 태양광 발전으로 대체할 것으로 예상한다.

LG스마트파크가 최종 완공되는 2025년에는 냉장고 생산라인 1개를 추가하고, 오븐과 식기세척기 라인도 확대 구축한다. 현재 65% 수준인 자동화율도 점진적으로 높인다. 로봇이 대체하게 된 인력은 로봇 엔지니어링이 등 고부가가치 직군으로 전환한다.

LG전자 연구원이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광파오븐의 인공지능쿡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LG전자 연구원이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광파오븐의 인공지능쿡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1등 가전 요람 R&D센터

LG스마트파크1에는 LG전자 프리미엄 가전을 탄생시킨 R&D센터도 있다. 2017년 완공된 이곳은 지상 20층 지하 2층 규모에 1500명 인력이 근무 중이다. 대표시설은 LG전자 식품·물과학연구소다. 디오스 김치냉장고부터 오브제컬렉션 퓨리케어 정수기, 식물재배기 '틔운' 등 히트상품이 모두 이곳에서 나왔다.

식품과학연구소는 냉장고·김치냉장고의 정온·발효 기술은 물론 최근 주목받는 AI 조리 알고리즘까지 개발 중이다. 식품사와 협업해 스마트홈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식품 바코드만 찍으면 광파오븐에서 자동 조리되게끔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하고 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선보여 주목받은 음성인식 정수기도 물과학연구소 작품이다. 각종 물 관련 시험·분석뿐 아니라 정수기 필터 개발, 편의 기능 연구 등 정수기 사업의 브레인 역할을 하고 있다.

창원(경남)=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