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화가 모네는 1892년부터 2년 동안 고딕 양식의 루앙 대성당을 반복적으로 40여점이나 그렸다. 그림은 똑같은 그림일까. 루앙 대성당을 그렸다고 보면 똑같은 그림이다. 그러나 화려한 조각과 첨탑으로 이뤄진 루앙 대성당은 흐리고 맑은 날씨, 빛의 세기, 각도, 대기 상태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했다. 그가 담아 낸 것은 성당뿐만 아니라 성당을 둘러싼 시공간과 빛의 흐름이다. 그렇다. 그는 1점의 그림이 아니라 40여점의 다른 그림을 그린 것이다. 인상주의 화풍의 탄생이다. 그가 그린 수련 연작도 마찬가지다.
그는 백내장으로 사물을 정확하게 볼 수 없었다. 그것이 기회로 작용했다. 반복되는 사물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사물을 둘러싼 빛의 움직임이라는 강렬한 차이를 포착했다. 인공지능의 창작도 반복을 통해 차이를 찾는 과정이다. 2개의 인공지능망이 경쟁한다. A 인공지능망이 고흐의 그림을 그리면 B 인공지능망이 고흐의 그림이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이 거듭되면 A 인공지능망은 고흐의 그림과 차이가 나는 다른 그림을 그리게 된다. 새로운 창작의 시작이다.
A 라면과 B 라면이 라면시장에서 경쟁한다. 라면이라는 이데아(본질)에 집착하면 라면시장을 넘어설 수 없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라면에 불과하다. 프리미엄 라면이 참패를 면치 못하는 이유다. 차이를 찾고 가치를 더하면 라면을 넘어 고객이 찾는 다른 음식이 될 수 있다. 신발회사가 신발이라는 이데아를 버리고 차이에 집중할 때 고객의 발 건강을 지키는 헬스케어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인간은 신체의 다른 기능을 포기하고 대뇌를 발전시켰다. 생존을 위해 나 이외의 것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러기 위해 동료와 같은 목표를 정하고, 같은 생각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다른 것, 차이가 나는 것을 배척했다. 학교에서 공부를 잘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운동·예능에 우수한 학생과의 차이는 제거된다. 운동장에서 운동하거나 미술실·음악실에 있는 학생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젠 차이를 찾아야 한다. 심장병 치료를 위해 개발된 비아그라는 발기부전 치료에 널리 쓰인다. 호미는 밭을 가꾸는 농경 도구였지만 외국에선 집집마다 정원을 가꾸는 도구가 되었다. 그 차이를 알고 가치를 더했다면 일찌감치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품이 되었을 것이다.
반복과 차이를 통한 생활혁신 실천방안은 무엇일까. 일상과 업무의 반복에서 불량이나 다른 것이 나왔을 때 그것이 불량에 불과한지 다시 보자. 구별하기가 어렵다면 동료들과 토론하자. 뒷날을 위해 기록하고 관리하자. 불량도 모아 두자. 지금은 불량이지만 언젠가 차이가 될 수 있다. 나중에 다시 꺼내 연구하고 실험하자. 다른 것과 결합해 보고(접속), 같은 것에서 떼어내 보자(분해). 발견된 차이를 반복해 보자. 차이를 키워서 제품과 서비스로 만들자. 차이에 대해 힘을 주는 강도를 달리해서 살펴보자. 업무 환경을 바꾸는 것도 좋다. 변화는 생각을 다르게 한다. 모네가 눈이 멀었을 때 정상 시력에서 찾지 못한 빛의 차이를 발견했다. 때론 현안에 집중하지 말고 한 걸음 떨어지자.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자. 그 다른 사람이 나보다 똑똑할 필요도 없다. 다르게 봐 줄 수 있으면 된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차이를 잠재적으로 보유한 다양체다. 그 차이가 우리의 정신과 신체의 감옥에서 나와 세상과 어울리는 환경을 만들자. 지금까지 정부와 기업에 의해 추진된 생활혁신은 주민생활 지원 또는 스마트 홈이라는 명목으로 가정과 일상을 시장으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국민 개개인이 반복과 차이를 통해 스스로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경쟁에 의존하는 생태계는 인류를 파멸로 이끈다.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찾는 데 도움을 주는 상생의 생태계가 인류의 미래고 일상 속 생활혁신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나는 인공지능을 변호한다' 저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