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에 대한 국민 인식도 높아지고 서비스 가입자 수도 2000만명을 넘기고 있다. 하지만 아직 고객이 재방문할 만한 이렇다 할 혁신적이고 매력적인 서비스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기업에는 마이데이터 API 연동 및 데이터 검증 이슈, 한정된 데이터,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으로 말미암은 서비스 제한 등이 제약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기업이 마이데이터 라이선스만 획득하면 차별화한 서비스가 자동으로 탄생할 것이란 기대는 사실상 무리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사업 전개는 세 단계를 거친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자격을 취득해서 각 정보제공자(은행,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와 API 연동을 통해 데이터를 취합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편익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금융서비스 탑재가 두 번째다. 마지막 단계는 해당 서비스의 수익화다.
정부의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 심사 기준에는 '서비스의 차별성 및 혁신성' '수입·지출 전망의 타당성' 등 요건이 있다.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해서 중개하는 경우에는 허가를 제한한다. 그렇다면 혁신적이고 차별화한 마이데이터 기반 서비스에는 어떤 것이 있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개인자산관리(PFM)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던 당시에는 스크래핑 기술을 활용해서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진 개인 자산을 한눈에 조회하는 계좌통합조회 서비스만으로 혁신 서비스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 핀테크 업체는 개인 금융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에게 의미 있는 리포트를 제공하고 효율적 자산관리를 위한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확장해 왔다.
이렇게 탄생한 핀테크 업체의 분석·추천 서비스는 다양하다. △지출 내역 및 패턴을 분석해서 최적의 신용카드를 추천하는 카드 추천 서비스 △보험 계약을 분석해서 꼭 필요한 보험을 추천해 주는 보장분석 및 보험 비교 서비스 △투자 내역을 분석해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증권서비스 △여러 금융사의 대출이 가능한 한도와 금리를 한눈에 보여 주는 대출 비교 서비스 등이다.
마이데이터 기반 분석·맞춤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은 무엇일까. 신용카드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시중에서 쓰이는 모든 카드의 혜택과 특징을 메타 데이터화한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보험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모든 보험상품 약관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한편 대출 비교를 위해서는 수많은 금융사에 신용점수를 제공하고 그에 해당하는 금리와 한도를 제공받기 위한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
이종 간 데이터를 결합, 이전보다 정밀 분석한 서비스 제공 또한 일반화하는 추세다. 검진 정보 기반으로 질병 발생률 예측 기술을 이용해서 개개인에 적절한 보험을 자동으로 추천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투자에 관심 있는 고객에 기존 기업 분석을 통한 일괄적 기업 가치평가를 수치로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별 투자성향에 따라 해당 기업의 투자 적합도를 제시하는 서비스도 있다.
플랫폼 업체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분석·맞춤·추천 서비스를 통해 얻게 된 결과를 고객의 특성과 눈높이에 맞춰서 쉽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개인 특성에 맞춰 금융소비자 개개인의 이익 관점에서 상품을 추천하는 등 서비스 확장과 연계를 고려, 세분화한 수익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결국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더 다양하고 풍부해질 것이고, 이들을 결합한 분석의 완성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차별화한 솔루션을 보유한 기업이 플랫폼 업체나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상생해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질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마이데이터 정책이 진정으로 빛을 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동훈 코드에프 마이데이터사업부 이사 billy999@codef.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