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 폭발에 '피의 보복' 나선 푸틴...우크라전 확전 기로

러시아가 '푸틴의 자존심' 크림대교 폭발 사고에 대한 보복 공습을 감행하면서 우크라 전쟁이 최악의 확전 기로로 치닫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출근 시간대부터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진 포격으로 인해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군을 인용, 러시아가 이날 하루 동안 84발이 넘는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공격용 드론 24대도 함께 투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미사일로 공격한 건 지난 7월 28일 키이우 내 비시고로드의 기반시설 등을 폭격한 이후 70여일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배후인 테러 행위”라며 “오늘 아침 우크라이나의 에너지·통신 시설 및 군사지휘 시설 등을 고정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타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폭발로 일부 무너져내린 지 이틀 만에 러시아가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보복을 시작했음을 자인한 셈이다.

크림대교는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의 상징물로, 러시아가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 후 건설에 나서 2018년 개통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단결을 다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는 겁먹지 않을 것이고, 더욱 단결할 것”이라며 “전장에서 러시아 군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가 이날 대규모 보복 공격에 나선 배경에는 크림대교 폭발을 개인적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푸틴 대통령의 분노가 자리 잡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러시아가 약 40억달러(5조 6620억원)를 들여 만든 크림대교는 푸틴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으며, '어머니 러시아'(러시아를 어머니에 비유하는 표현)와 우크라이나를 결합하는 상징적 '결혼반지'라는 것이다.

CNN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 푸틴이 '비대칭적 보복' 차원에서 예기치 못한 목표물에 공격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며 “푸틴은 자신의 '역사적 사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감정이 이성을 앞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