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원어치 그림 태웠는데, 관객은 환호…왜?

자신의 작품을 태우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사진=BBC 캡처
자신의 작품을 태우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사진=BBC 캡처
자신의 작품을 태우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사진=스카이뉴스 캡처
자신의 작품을 태우고 있는 데미안 허스트. 사진=스카이뉴스 캡처

유리 진열장 안에 포름알데히드를 가득 채워 동물을 박제한 작품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가 이번에는 자신의 작품 수천 점을 불태우는 기행으로 주목받았다.

11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이날 허스트는 NFT(대체불가능토큰)로 팔린 자신의 작품 원본 수천 점을 태우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작품 태우기는 지난해부터 예고된 프로젝트다.

허스트는 지난해 7월 ‘화폐(The Currency)’라는 제목으로 색색의 땡땡이가 그려진 작품을 만들어 판매했다. 세로 8인치 가로 12인치 크기의 점묘화다. 작가의 사인과 컴퓨터가 지어낸 고유 작품명도 실물 작품에 새겨져 있다.

실물 작품 1만 점과 이로 만들어진 1만 개의 NFT로 구성됐으며, 구매자는 실제 원본과 NFT 중 한 가지만 가질 수 있었다.

사진=데미안 허스트 인스타그램.
사진=데미안 허스트 인스타그램.
전시된 데미안 허스트의 ‘화폐’. 사진=Newport Street Gallery
전시된 데미안 허스트의 ‘화폐’. 사진=Newport Street Gallery

한 점당 가격은 2000달러로, 허스트는 총 2000만 달러 어치 작품을 판매했다. BBC에 따르면 4851명의 구매자가 NFT를, 5149명이 종이로 제작된 원본을 선택했다.

이번에 소각한 작품은 NFT를 선택한 구매자들의 원본 그림이다. 이날 허스트가 원작들을 불태우자 관객들은 환호했다. 작품 태우기는 이달 30일 전시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허스트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수백만 달러의 예술품을 불태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물리적인 작품을 태움으로써 NFT로 변환하는 작업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NFT가 그 가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원본이 사라져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허스트가 벌인 퍼포먼스를 놓고 의견이 극으로 갈렸다. 실험적인 퍼포먼스라고 환호하는 입장도 있는 반면 BBC는 “생계비 걱정을 해야할 정도로 경제사정이 어려운 시점에 허스트의 행동은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1990년대 젊은 영국 아티스트(yBa, young British artist) 반열에 올랐던 허스트는 이전부터 수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켜왔다. 주요 작품으로는 포름알데히드 안에 상어, 얼룩말, 양 등을 박제시킨 유리수조 작품 ‘살아있는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 사람의 두개골을 백금과 다이아몬드로 뒤덮은 ‘신의 사랑을 위하여’ 등이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