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고통' 외면한 제약사들…저렴한 복제약 출시 막았다

아스트라제네카-알보젠 담합
공정위, 과징금 26억5000만원
개발 중단 대가로 유통권 보장

'암환자 고통' 외면한 제약사들…저렴한 복제약 출시 막았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특허권이 만료된 자사 항암제 복제약이 국내에서 출시되지 않도록 부당한 합의를 맺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복제약 개발 중단'을 대가로 3개 항암제에 대한 국내 독점 유통권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6억5000만원을 부과했다고 13일 밝혔다.

과징금은 아스트라제네카 측에 11억4600만원, 알보젠에 14억9900만원 부과됐다. 위원회는 다만 복제약 개발은 계속 허용한 점, 궁극적으로 알보젠이 복제약 출시에 실패해 경쟁제한 효과가 작았던 점, 합의를 조기 종료한 점 등을 고려해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16년 전립선암과 유방암에 주로 사용되는 졸라덱스, 아리미덱스, 카소덱스 등 3개 항암제 판촉 및 유통 외주화를 추진하던 중 알보젠이 복제약을 개발 중임을 인지했다. 알보젠은 당시 10여개 유럽 국가에서 졸라덱스 복제약 출시를 발표,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를 상당한 위협으로 인식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오리지널 제품 독점 유통권을 대가로 알보젠의 복제약 출시를 저지하고자 했다. 알보젠도 자체적으로 복제약을 개발하는 것보다 아스트라제네카 측과 담합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 유통권 계약을 복제약 출시 금지 대가로 인식하고 좋은 계약 조건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합의 결과, 알보젠은 졸라덱스 등의 국내 독점유통권을 부여받는 대가로 2016년 10월부터 2020년까지 복제약을 생산·출시하지 않기로 했다.

복제약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경쟁재로, 복제약의 출시는 약가 인하와 오리지널 약의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지는 등 강력한 경쟁 압력으로 작용한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복제약이 최초로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은 기존 가격의 70%,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의 59.5%로 책정된다. 세번째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과 복제 약은 기존 약가의 53.55%로 하락하는 등 복제약 출시는 가격 인하로 직결된다.

2017년 기준 졸라덱스 엘에이데포주사는 1회당 57만원, 졸라덱스 데포주사는 21만원에 달했다. 항암제는 일반적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약가의 95%를, 소비자는 5%를 부담한다. 알보젠에서 복제약을 출시했다면 약값 부담을 40%가량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공정위는 이 사건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제한한 경쟁제한적 합의라고 봤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알보젠의 담합으로 약가 인하 가능성이 차단됐으며 제약시장의 혁신도 저해됐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또한 암 환자와 가족들의 항암제 가격 부담이 가중됐으며 복제약 선택 가능성이 박탈되는 등 후생도 저해됐다.

유성욱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이번 조치를 통해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는 합의도 위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국민의 생명과 밀접히 관련된 항암제 의약품 시장에서 의약품 경쟁질서가 확립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