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를 순찰하며 예비군 동원령 대상 연령대의 노숙자와 직장인 등을 무더기로 징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이 이날 모스크바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 수십 명을 체포했으며, 지난 13일 새벽에는 한 건설사 기숙사에 들이닥쳐 노동자 200여 명을 끌고 갔다.
러시아 도시 지역에서는 예비군 부분 동원령이 발동된 이후 남성들이 징집을 피해 해외나 시골로 탈출하거나 도시 내 비밀스러운 곳에 숨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러시아 이웃 국가들의 통계에 따르면 동원령 발령 후 지금까지 30만 명 이상의 남성과 그 가족이 러시아를 탈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과 강제 징집대원들은 최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남자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아파트 로비를 지키고 서서 징집 영장을 발부하고 사무실 건물이나 호스텔 등을 급습하고 있으며, 카페와 식당 출구를 봉쇄한 뒤 징집 대상자가 있는지 수색하기도 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지난 14일 동원령 발동 후 지금까지 22만여 명이 징집됐다며 징집 절차가 2주 이내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을 원하는 강경파들은 2차 징집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예비군 동원령을 통한 이런 강제 징집은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을 촉발해 사회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전쟁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던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같은 대도시 지역에서 푸틴 대통령의 지지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동원령 발동 후 징집된 병사들의 사망 소식이 들려오고 이들의 시신이 고향으로 들어오면서 반전 여론은 더욱 강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통합당의 고위 당직자인 안드레이 클리샤스는 징집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징집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