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창 3개 주고 싸워라...러 신병은 '인간방패' 속속 전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러시아가 동원령을 통해 징집한 신병이 전투에 투입된 지 며칠 만에 속속 전사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동원령에 따라 징집된 신병들은 제대로 된 군사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최전선에 배치되고 전투 물품이나 생활 환경도 열악하다.

신병 일부는 동원된 지 단 11일 만에 치열한 접전이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으로 배치됐다. 이들 중 한 명은 NYT에 “사격 훈련은 딱 한 번 받았다. 당시 탄창은 3개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훈련을 한 번도 받지 않고 첫 전투에 투입되는 경우도 있다. 전차연대에 배속된 한 신병은 온라인상 동영상에서 “신병을 위한 사격 연습은 없을 것이며, 이론 학습도 생략될 것이라는 연대장의 발표가 있었다”고 밝혔다.

NYT는 9월 예비군 부분 동원령을 발동한 러시아가 국민을 닥치는 대로 징집하고 있으나 막상 이들을 대상으로 한 훈련 체계는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의 전 애널리스트인 글레프 이리소프는 러시아가 전쟁 중 군사 전문가를 많이 잃었다며 “이제 신병을 훈련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열악한 훈련은 곧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민간인이었던 신병의 전사로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중부 첼랴빈스크 당국은 13일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신병 다수가 전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자세한 전사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NYT는 전사자의 지인 증언을 보도한 BBC 방송을 인용, 이들이 전투 훈련 없이 “인간 방패처럼” 전선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제대로 된 전투 장비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신병은 “기관총도, 옷도, 신발도 없다”며 “신병 중 절반은 술에 취해 있고 나이도 많다”고 지적했다.

전투화, 방탄조끼, 배낭, 의약품, 붕대, 음식 등 필수 물품을 자비로 구매해야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NYT는 러시아가 군의 질보다는 양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국방과학연구소의 러시아 분석가인 요한 노르베리는 “러시아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며 “러시아는 시간을 들여 제대로 된 병사를 양성하며 그동안은 전투에서 패배하는 것을 감수하거나 또는 당장 필요에 따라 낮은 수준의 신병을 전투에 투입하는 것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