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란' 공포가 미국과 유럽을 엄습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천연가스 공급망이 거세게 흔들리면서 겨울철 난방을 위한 에너지 확보에 빨간불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ISO 뉴잉글랜드가 올겨울 순환 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매사추세츠, 코네티컷, 로드아일랜드 등 6개 주가 위치한 미국 북동부 뉴잉글랜드는 그동안 천연가스를 수입해 부족한 전력을 생산했다. 자국산 가스 운송비가 수입산과 비교해 3배가량 비싸기 때문이다. 특히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에는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 가운데 30% 이상을 수입산으로 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자국산 천연가스 공급을 조절하기 시작하면서 뉴잉글랜드 지역 발전사에도 불똥이 떨어졌다. 러시아 이외 국가에서 천연가스를 확보하려는 각국 경쟁이 격화하면서 거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WSJ은 뉴잉글랜드 지역 주민들에게 부과되는 전기요금이 예년과 비교해 급등할 것으로 봤다. 올겨울 한파가 닥치면 천연가스 시장 거래 가격은 지난해 대비 최소 두 배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러시아발 '에너지 리스크' 영향이 미국까지 번진 셈이다.
독일은 올해 연말로 예정했던 '탈원전' 시기를 내년 4월 중순으로 미루기로 결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총리 직권으로 현재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3기의 가동 중단 시점을 내년 4월 15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숄츠 총리는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 슈테피 렘케 환경부 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부 장관 앞으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정부는 연말까지 현재 남은 원전 3기 가동을 전면 중단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러시아가 독일 등 유럽을 대상으로 천연가스 공급을 축소·중단하면서 에너지 부족 위기감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당초 남부 지역 원전 두 곳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결국 3기 모두 가동을 연장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인 후 수개월간 유럽은 당초 예상 보다 에너지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WSJ은 평가했다. 그러나 앞으로 겨울 한파가 닥치거나 파이프라인이 파괴되면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 민간을 대상으로 순환 정전 등을 실시하면 경제활동이 위축돼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