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울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이란 선수가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출전한데 대해 일각에서 제기된 ‘실종설’과 ‘강제 송환설’을 직접 부인했다.
스포츠클라이밍 이란 대표인 엘나즈 레카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히잡 문제가 불거진 것은 나의 부주의였다.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나는 현재 팀원들과 함께 예정된 일정에 따라 귀국길에 올랐다”고 전했다.
실종설에 대해서는 해명됐으나 그가 귀국한 뒤 체포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BBC 페르시안은 “레카비가 귀국하면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수감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교도소는 정치범들이 수감되는 곳으로, 최근 이란에서 벌어진 히잡 시위로 체포된 사람들이 다수 구금돼 있다.
앞서 지난 10일부터 16일, 서울 잠원 한강공원 스포츠클라이밍 특설 경기장에서는 IFSC 아시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 레카비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고 출전했다. 외신들은 그가 대회 마지막날인 16일부터 연락이 끊겼다며,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다고 잇따라 보도했다. 그가 히잡을 쓰지 않은 것이 이란에서 격화하고 있는 히잡 미착용 시위 지지를 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국제스포츠클라이밍 연맹은 레카비가 이란행 비행기를 탔다고 해명했으나, 그가 계획보다 빨리 귀국길에 오른 것이 ‘강제 송환’이라고 지적한 BBC 월드서비스 이란 담당 라나 라힘푸르 등은 “그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제 송환설’이 계속되자 주한 이란 대사관은 트위터에 "엘나즈 레카비 씨는 2022년 10월 18일 이른 아침 팀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 서울에서 이란으로 출발했다"라며 "주한 이란대사관은 엘나즈 레카비 씨와 관련된 모든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강하게 부정한다"라고 거듭 해명했다.
레카비 역시 히잡 미착용이 단순 실수였다고 전했으나, 실제 그의 생각과 향후 체포 여부는 알 수 없다. 2년 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여성 체스 선수권대회에서 이란인 심판이 히잡을 쓰지 않았다가 살해 협박을 받고 영국에 망명 신청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가 체포돼 경찰서에서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 사건으로 촉발한 시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아미니는 지난달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6일 숨졌다. 해당 사건의 정확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데서 시작된 시위는 이란 내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