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차세대 치료제' 주목받는 마이크로바이옴

[스페셜리포트]'차세대 치료제' 주목받는 마이크로바이옴

몸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을 활용해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이 곧 탄생할 전망이다. 아직까지 국내외에서 허가받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없었던 만큼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고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만큼 시장 선점 경쟁도 치열해질 것을 전망된다. 처음으로 상용화되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서는 안전성 기준을 충족시키는 동시에 작용기전과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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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마이크로바이옴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군집을 뜻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와 유전체를 뜻하는 게놈의 합성어로 인체 여러 부위에 공생하는 미생물과 그 유전정보를 일컫는다. 마이크로바이옴의 95% 가량은 장을 포함한 소화기관에 존재한다. 호흡기, 생식기, 구강, 피부 등에도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신체 부위에 따라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이 신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체중의 1~3%에 불과하지만 영양분 흡수, 약물대사 조절, 면역작용 등 인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 불균형은 장염증, 전신염증, 뇌염증을 일으켜 대사질환, 자가면역질환, 염증성 장질환, 뇌질환, 만성피로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이 '제2의 유전체'라고도 불릴 정도로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다르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연평균 7.6%씩 성장해 2023년까지 1087억달러(약 154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이 시장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중심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이 약 50조원 규모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치료제 부문의 급격한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은 2010년 이후 급속히 발전해 암, 비만, 당뇨,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감염성 설사, 피부질환 등 분야에서 신약 개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시장은 2021년 3억 2158만달러 규모에서 2028년도 약 13억 3882만 달러 규모로 증가해 연평균 22.6%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스페셜리포트]'차세대 치료제' 주목받는 마이크로바이옴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탄생 임박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치료는 타인의 건강한 대변 속에 존재하는 미생물군을 이식하는 분변이식술(FMT)이 주요 치료법이었는데 이를 시술이 아닌 경구용(먹는) 치료제로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매번 건강한 기증자로부터 분변을 기증받지 않아도 건강한 사람의 대변에서 추출한 세균을 처리해 치료제 형태로 만들어 균일성과 안전성이 높은 측면이 있다. 현재 스위스 제약사 페링의 자회사인 미국 리바이오틱스와 세레스테라퓨틱스가 세계 최초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산하 생물학적 제품 자문위원회(VRBPAC)는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리바이오틱스의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DI) 치료제 후보물질 '레비요타(RBX2660)'에 대해 승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CDI는 항생제 사용으로 미생물 균형이 깨진 장내에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균이 과잉 증식하면서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CDI 치료에는 분변이식술이 주로 이뤄졌지만 레비오탸는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경구 투여 의약품 형태로 개발됐다. FDA가 자문위 의견을 반드시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이를 반영해 허가 결정을 내린다는 점에서 세계 첫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등장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세레스테라퓨틱스는 지난달 6일 CDI 치료를 위한 신약 후보물질 'SER-109'에 대해 FDA에 신약허가신청(BLA) 자료를 제출했다. 앞서 이 회사는 마이크로바이옴 의약품 관련 첫 임상 3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바 있다. 재발성 CDI 환자 18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위약 대조 연구를 진행한 결과 90명 중 80명(89%)에서 재발을 예방하는 것으로 확인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이밖에 핀치테라퓨틱스와 비단타사이언스 또한 경구 투여 제형의 CDI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칼레이도바이오사이언스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 'KB295'를 개발하고 있다. 세레즈테라퓨틱스도 CDI 외에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파이프라인 임상도 진행 중이다. 오셀은 세균성 질염 치료제를, 에이오바이옴은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한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치료제로 자리 잡기 위해 안전성을 확립하는 것을 최대 과제로 꼽고 있다. 또 미생물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만큼 작용기전을 확립하고 균일한 생산성을 확보하는 것도 난제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최근 식의약 R&D 이슈 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정식 승인을 받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안전성 검증이 가장 중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승인 절차나 기준이 기존 여타 치료제와 비교해 엄격한 점으로 미뤄볼 때 안전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