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데이터센터 입지는 시장 수요와 접근성에 기반 해야

[기고]데이터센터 입지는 시장 수요와 접근성에 기반 해야

지난 15일 카카오가 입주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와 연동된 모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가 중단됐다. 국민 소통 앱으로 불리는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의 핵심 서비스가 주말 내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카카오가 일종의 안전장치인 '데이터 이중화 작업'에 소홀했고, 데이터센터 확충과 같은 기본 시설 투자에 손을 놓은 결과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현재 수도권에 4곳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비용 문제를 이유로 판교 센터의 트래픽(접속량)을 소화할 정도의 충분한 공간을 다른 데이터센터 3곳에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평소 메인 데이터센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재난 복구(DR) 훈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매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은 각기 다른 여러 데이터센터에 서버를 분산하거나 데이터센터 안에서 별도의 백업시스템을 갖추는 게 새삼 더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를 많이 유발한다는 이유로 신규 데이터센터의 수도권 입지가 정책적으로 불허되는 분위기였고, 국회에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발의를 통해 이러한 기조를 입법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현실이다.

데이터센터는 분산된 전력 수요를 한곳에 집적해 처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비효율적인 전력 사용을 방지할 수 있고, 폐열 재활용과 같은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적용할 경우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 간 물리적 분리와 실시간 연계는 '따로 또 함께'를 통한 데이터 가치 활용의 화룡점정이기도 하다. 아마존이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지만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백업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를 서울에 복수로 갖추고 전력공급망도 별도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과포화 상태에 이른 수도권 지역의 입지 규제 완화가 전면적으로 재검토돼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려면 많은 비용과 전력 수급 부담이 따른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개별로 마련하기보다는 데이터센터의 공급과 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의 인프라를 임차해서 스케일러블(scalable)하게 활용하는 '코로케이션'(co-location) 개념에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SDS, KT, LG유플러스 등이 이미 자체 데이터센터 외에도 데이터센터 임대업체들과 계약해서 임대·유지·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런 시설들은 수요가 있는 지역에 근접해야 하기 때문에 수도권에 입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분산형 코로케이션 형태를 취할 경우 대규모가 아닌 수요맞춤형으로 공급할 수 있는 관계로 전력 사용량도 적절한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유럽의 작은 도시국가 모나코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카지노 산업을 유치한 결과 1인당 GDP가 19만달러는 넘는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가 될 수 있었다. 데이터센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의 보고라는 점에서 카지노와 비교될 수 없는 디지털 시대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번 카카오 사건을 거울삼아 단순히 데이터 서버 공간의 임대를 넘어 데이터센터 간 상호 연결과 집적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 빠르고 안정된 데이터 관련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도심 분산 맞춤형 코로케이션 데이터센터'를 확충하고, 여기에 국제적인 데이터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국가적인 어젠다로 삼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이원철 숭실대 연구·산학부총장(IT대학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wlee@s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