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 지오비전 대표 “의료 AI로 미래가치 연다”

‘사람을 위한’ AI 솔루션의 중요성...차등없는 의료 서비스 위한 발판
육안관제의 한계...딥러닝 분석으로 사고·범죄 초기 대응

#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지오비전(ZIOVISION)’은 자사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사회안전 시스템과 의료 솔루션에 적용한다. 사회안전과 의료, 어떻게 보면 서로 이어지지 않는 분야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김윤 지오비전 대표는 “문제없다”고 답했다. 각 분야에 적용되는 기본적인 테크닉 자체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영상이냐 의료 영상이냐, 분석해야 하는 대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한 가지를 잘하면 다른 쪽도 문제없다. 김 대표는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윤 지오비전 대표.
김윤 지오비전 대표.

강원도는 2019년 원주의 디지털 헬스케어와 2020년 삼척·동해·평창·강릉의 액화수소산업에 이어 2021년 세 번째로 정밀의료산업 규제자유특구에 지정됐다. 2019년 4월부터 도입된 규제자유특구는 기업들이 규제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4차 산업혁명 신기술·신제품 등을 실증·상용화할 수 있는 제도다. 지오비전은 정밀의료 AI 솔루션 개발 실증사업자 4곳 중 하나로 참여하게 됐다.

◇안면골 골절 진단 시스템, 의료사각지대 해소 기대

지오비전이 개발 중인 ‘안면골 골절 진단용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DSS, 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은 안면골 골절을 분석할 수 있는 안면(Facial) CT 80만 장을 이용해 AI를 학습시키는 방식의 시스템이다. 지오비전은 CT 영상을 통해 안면골 골절을 진단할 수 있는 영상의학과, 성형외과, 구강외과 등 전문의가 병원마다 있지 않은 상황에 주목했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 병원의 경우 응급실에 안면골 골절 진단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다. 안면골 골절은 조기 진단이 중요한데, 이를 놓치는 경우 생명에 지장이 있진 않지만 안면비대칭·시력저하 등 후유증이 심하고 뒤늦게 발견해 성형 수술을 하는 경우 큰 비용이 발생한다.

안면골 골절 진단용 CDSS는 이러한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의료 보편성을 추구하는 제품이다. 의료진의 손이 부족한 부분을 AI가 보조해 줄 수 있다.

AI 기반 진단시스템이 보급되면 전문의가 부족한 지역의 환자들에게도 빠른 안면골 골절 진단 및 대처가 가능하다. AI 솔루션을 이용해 CT 영상 촬영이 가능한 모든 의료기관에서 안면골 진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돼 기존 상급병원으로의 의료 쏠림 현상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오비전은 현재 안면골 골절 정밀 진단 솔루션의 AI 기술 개발을 완료해 SCI 급 국제 저널에 게재했으며 특허 출원을 마쳤다. 이후 임상시험을 거쳐 내년 하반기 식약처 인허가 취득이 예상된다.

김윤 대표는 “의료진의 시간과 노력을 줄여줄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의료 AI가 가야 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 AI 동영상 요약 시스템 ‘지오서머리’

지오비전 AI 동영상 요약 및 스마트 고속검색 시스템. 사진=지오비전
지오비전 AI 동영상 요약 및 스마트 고속검색 시스템. 사진=지오비전

지오비전의 AI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인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로는 ‘지오서머리’가 있다. 10시간 분량의 영상을 단 20분으로 요약해 영상 확인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주는 제품으로, 국내에서는 지오서머리가 유일하다.

지오서머리는 방대한 길이의 영상을 확인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영상 내 객체들을 요약해 보여주기 때문에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만 찾아낼 수 있다.

CCTV 영상에서 ‘색상’, ‘설정된 방향’, ‘사람(성별)’, ‘차종’ 등 다양한 조건의 검색이 가능해 필요한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과 빨간색 계열의 옷, 아래로 내려가는 방향을 선택한 경우 화면의 수많은 객체 중 해당 인물만 찾아서 볼 수 있는 식이다.

지오비전의 지능형 관제 시스템은 인력 부족과 육안 관제의 한계로 사건이 발생해도 CCTV가 이에 충분히 대처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개발됐다. 단순 육안 중심의 제한적인 영상분석을 넘어 딥러닝을 활용한 분석으로 사고·범죄 초기 대응 및 효율적인 통계 분석이 가능하다.

AI를 활용한 영상분석 소프트웨어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기업인 만큼 지오비전은 다수의 숙련된 딥러닝 영상인식 엔지니어와 응용제품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오비전이 각 수요처의 환경과 요구를 반영한 제품을 개발, 공급할 수 있는 이유다.

사회안전 분야는 조명, 화각 등 분석해야 하는 영상들의 다양성으로 인한 오류가 많다. 지오비전은 다수의 AI 개발자들이 제품 성능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지오서머리 △경찰청 지오지킴이(지능형 아동학대 영상 검출 및 요약 시스템) 등 차별적인 제품군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윤 지오비전 대표.
김윤 지오비전 대표.

지오비전은 강원도 기업이라는 강점이 있다. 강원도에서 의료 AI를 하는 거의 유일한 기업으로, 강원도를 대표하는 AI 전문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강원도 지역을 주축으로 형성된 강원도청, 강원대학교, 강원테크노파크, 춘천시청 등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고려대병원, 아산병원 등과 함께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의료와 관제가 결합된 분야에서의 활약도 기대된다. 지능형 관제 시스템에 특화된 지오비전이 유리한 부분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환자들을 관리하는 스마트 보호병동 시스템은 현재 보건 의료 국책과제로 진행 중이다.

김윤 대표는 “지오비전은 사회안전 AI를 현재의 기반으로 삼고 의료 AI로 미래 가치를 열어가고 있다. 자사의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강원테크노파크 공동 기획기사>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