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19일(현지시간) 개전 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에서 대피령과 계엄령을 동시에 발동했다. 한편으로 자국 내에도 이동제한 조처를 내리고 동원 태세를 강화했다. 이 경우 앞으로 남은 선택지는 핵 공격 또는 실제 총동원령을 통한 전면전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영상으로 개최한 러시아 국가안보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내 헤르손, 자포리자,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우크라이나명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등 4개 지역을 대상으로 이 같은 조처를 결정했다.
계엄령은 전시를 비롯한 국가 비상사태 시 국가 안녕과 공공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헌법 효력을 일부 중지하고 군사권을 발동해 치안을 유지하도록 한 국가긴급권으로, 대통령의 고유 권한 중 하나다.
크렘린궁 웹사이트에 게재된 관련 포고령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계엄령은 20일부터 적용된다.
기존 러시아 영토인 우크라이나 접경지역 8곳에도 이동제한 조치가 발령됐다.
대상지는 크라스노다르, 벨고로드, 브리얀스크, 보로네즈, 쿠르스크, 로스토프, 크림반도, 세바스토폴 등이다. 크림반도와 세바스토폴은 2014년 합병한 지역이고, 나머지 6개 지역도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러시아 영토다.
이와 함께 전국 80여개 지역 수반에 대해 핵심 시설 방어, 공공질서 유지와 '특별 군사 작전' 지원을 위한 생산 증대를 위해 추가 권한을 부여했다.
또한 러시아 전국의 국경 지역에는 중간 수준의 대응(response) 태세를, 중부와 남부를 제외한 전 지역에는 최고 준비(readiness) 태세를 발령했다. 중부와 남부 지역에는 고강도 경보(high alert)를 발령했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4개 지역 점령지의 합병을 선언했으나, 이후 남부 헤르손과 동부 LPR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영토 수복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점령지 합병 선언 직후 동부 요충지 리만을 탈환한 데 이어 이달 들어 헤르손에서 500㎢에 달하는 영토를 탈환했다.
추가로 예고된 우크라이나의 대공세에 이날 러시아는 결국 6만 명 규모의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마저 주민들과 함께 대피에 착수했다.
헤르손 점령지 행정부 수반인 블라디미르 살도는 온라인 영상 성명에서 "보트를 통해 주민들의 대피가 시작됐다"며 향후 6일간 매일 약 1만명씩 이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이미 전날까지 이틀간 대피한 주민은 5000 명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동원령 발령에 이어 사실상의 전시체제에 돌입한 러시아가 전세를 뒤집지 못할 경우 전쟁 지속 능력에 심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경우 남은 선택지는 핵 공격 또는 실제 총동원령을 통한 전면전뿐인데, 이는 푸틴 대통령의 권력 기반 자체를 위협하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푸틴 대통령의 발표 이후 "적이 무엇을 계획하고 실행하든 우크라이나는 우리를 지킬뿐"이라고 밝혔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