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기차 배터리와 이를 구성하는 핵심 광물의 자국 생산량 극대화에 4조원을 쏟아붓는다. 미래 먹거리인 전기차·배터리 시장에서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해 주도권을 선점하는 한편 최대 경쟁국인 중국을 견제한다. 미국 백악관은 19일(현지시간) 자국 에너지부(DOE)가 12개 주(州)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배터리 기업 20여개사에 총 28억달러(약 4조85억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이번 보조금은 지난해 11월에 시행한 이른바 '인프라법'에 따라 책정한 1차분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불공정 보조금과 무역 관행으로 미국 제조사들을 압박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면서 “우리는 대담한 목표를 되찾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운영위원회가 지원금을 지급할 기업 후보군을 선택하고 내무부 검토 후 에너지부가 조정해서 결정했다. 앨버말, 탈론메탈 등 미국 기업은 물론 호주 히드몬트 리튬 등이 수혜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자체 투자 비용을 합해 총 90억달러(12조9000억원)를 전기차 배터리 원료 개발·생산에 투입하게 된다.
백악관은 이번 투자로 연 전기차 200만대분 배터리용 리튬, 120만대분 흑연, 40만대분 니켈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약 8000명의 신규 고용 효과도 기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조 바이든 정부가 다음 달 8일 실시하는 중간선거를 겨냥, 지지율 확대를 위해 이번 투자 전략을 발표한 것으로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보조금 수혜 기업과 미국 전역에 새로운 배터리 생산·처리 시설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글로벌 인프라·투자 파트너십(PGII)을 기반으로 동맹국들과 핵심 광물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추진한다.
백악관은 “미국과 동맹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중요 광물과 재료를 충분히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많은 중요 광물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채굴·가공·재활용 능력 부족은 신뢰할 수 없는 해외 공급망 의존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인프라법은 공급망 재편, 탄소중립 등에 대응하기 위해 8년간 1조2000억달러(약 1720조원)을 투입하는 내용을 담았다. 배터리 등 미래 산업 진흥은 물론 도로, 다리, 철도 등 자국 내 노후화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도 예산을 투입한다. 미국 정부는 대상 사업을 지속 선정할 방침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