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취임 44일 만에 물러났다. 300년 이상 이어진 영국 내각책임제 역사에 최단기 퇴진한 총리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트러스 총리는 20일(현지시간)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찰스 3세 국왕에게 사임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경제 정책 실패에 따른 소속 보수당 내 사퇴 압력이 커진 데 따른 결정이다.
그는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어 물러난다”면서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23일 새로운 경제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재정 전망이나 대책 없이 대규모 감세안을 내놓으면서 시장 불안을 초래했다. 파운드화 가치와 국채 가격도 폭락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러스 총리가 감세 기반 성장을 강조하자 여당이 술렁였고,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비판에 나섰다.
트러스 총리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경제 정책을 뒤집는 한편 최측근인 쿼지 콰텡 재무장관을 내쳤다. 새롭게 부임한 헌트 재무장관은 트러스 총리의 경제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영국의 차기 총리 및 보수당 대표는 오는 24일 결정될 예정이다. 현지에서는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 페니 모돈트 원내대표 등을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