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로의 원료가 되는 철 스크랩의 등급별 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산업 양성 방안도 마련한다. 폐기물로 취급된 철 스크랩이 철강산업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과도기적 대안으로 주목을 받으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철 스크랩 수급방안을 담은 철강산업 대전환 전략 맵을 다음 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철 스크랩은 철강 가공 및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 부스러기나 철 제품 폐기물로, 전기로 제강 공법 주원료다. 전기로는 고로에 비해 탄소를 4분의 1 수준으로 배출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인 제철방식이다. 장기적인 탄소감축 방안으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상용화하는 것이지만, 중단기적인 대안으로서 철 스크랩이 시간적인 완충을 수행할 수 있다.
유럽연합(EU), 중국 등이 수출을 자제하면서 철 스크랩 안정적 수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수급 방안을 마련하는 이유다.
산업부는 국내 철 스크랩을 최대한 활용하고 이를 시장·가격 기능에 따라 배분하기 위해 품질 등급에 따른 유통체계를 활성화할 방침이다. 고품질 철 스크랩 공급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품질에 따른 가격기능을 유인체계로 가동해 고품질 철 스크랩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재 유통과정은 고품질 스크랩과 중간 및 아래 등급이 섞여 거래되고 있어 가격 기능 가동에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 근거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향후 전기로 활용이 확대되면서 철 스크랩 수요는 늘어나는데 탄소중립 이슈로 중국과 EU가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은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품질등급이 좋은 스크랩 수급이 점차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돼 등급별로 제 가격을 받고 유통하도록 하면서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철 스크랩이 내년부터 환경부가 시행하는 자원순환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폐기물 산업이 아닌 제조산업으로 분류되는 것에 맞춰 철 스크랩 산업을 양성화하는 방안도 제시될 전망이다.
전문가는 탄소중립 트렌드로 글로벌 수입 환경이 점차 악화하는 것에 대비해 국내 산업 생태계를 갖추고 수입선을 다변화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지금은 규모조차 산정할 수 없는 노·폐스크랩을 가공해 사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 수급한다거나 해외에서 추가적으로 수입선을 확보한다거나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철 스크랩을 하나의 주요 산업으로 인식해서 관련 전문기업을 육성하고 유통체계를 정착하는 등 산업 생태계 차원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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