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이 추진하는 동해가스전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사업 추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당초 10월까지 지자체를 선정하고, 연내 예타 사업까지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현재 지방자치단체 선정위원회도 구성하지 못했다. 세계적으로는 CCS 프로젝트가 153개에 이를 만큼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시장 선점을 위해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정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와 에기평이 추진하는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중규모 실증 인프라 구축사업'을 수행할 지자체와 예타 기획기관을 아직 선정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는 지난 8월 공개한 사업 공고문에서 지난달 21일까지 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공모하고, 이달 12일까지 지자체 선정절차를 마무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무기관에 따르면 지자체를 평가할 선정위원회도 아직 구성하지 못했다.
CCS는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대량 배출하는 시설에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압축·수송 과정을 거쳐 저장소에 안전하게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기술 자체는 새롭지 않지만 최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동해가스전 CCS 사업은 정부가 향후 CCS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가동을 멈춘 동해가스전을 활용해 중규모 CCS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전 주기 CCS 실증을 위한 인프라 구축, 동해가스전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저장·모니터링하는 실증 연구개발(R&D)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산업부는 관련 인프라를 갖출 지자체를 선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에도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지난달 마감된 지자체 공모에서는 울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가 사업에 지원했기 때문에 후속 일정을 추진하면 된다.
산업부는 동해가스전 CCS 사업을 2024년에서 2030년까지 총 7년간 추진할 계획이다. 예타 대응 일정 등을 감안하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CCUS 업계 한 관계자는 “예타 대응 등 일정을 감안하면 서둘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업계는 세계적으로도 CCS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추진되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서둘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CCS 분석기관(GCCSI)'이 최근 발표한 '글로벌 CCS 2022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계획 단계인 프로젝트만 153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프로젝트가 전년도 대비 61개나 늘었다. 미국이 계획중인 신규 프로젝트가 34개로 가장 많았고, 캐나다, 영국, 노르웨이, 호주, 네덜란드 등이 뒤를 이었다.
CCS를 활용한 이산화탄소 저감 실적은 아직 저조하지만 향후 효과는 확대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GCCSI에 따르면 실제 운영 중인 CCS 프로젝트는 30개에 불과하다. 이를 토대로 감축 가능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세계 연간 배출량 대비 1%에 그쳤다.
CCUS 업계 관계자는 “CCS 기술은 기존에는 석유, 가스 증산을 위해 쓰였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내보내는 비율이 높았다"면서 “최근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주목하기 때문에 저장 비율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후속 일정이 늦어진데 대해 지자체 선정 과정에서 서류 구비 문제 등으로 절차가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또 연내에는 지자체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2월에도 (동해가스전 CCS 사업) 참여 지자체를 공모했는데 한 곳만 지원했고 필수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선정을 할 수 없었다”면서 “지난 7월 이후 설명회를 하고 올해 하반기 지자체를 공모하다보니 생각하는 것보다 늦어졌다. 연내에는 지자체를 선정하겠다”고 말했다.
<표>'동해가스전을 활용한 CCS 중규모 실증 인프라 구축사업' 개요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