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지원마저 대폭 깎여"…벼랑 끝 스타트업

IT 분야 제외 '내일채움공제'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도 폐지
"채용 여력 떨어져 악순환 우려"

“투자 라운드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시기임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자금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낮춰서라도 투자를 받아야 할지 고민입니다.”(물류 스타트업 A 대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시기에 큰 도움이 되던 인건비 지원사업마저 축소돼 안타깝습니다.”(B2B 구독서비스 플랫폼 스타트업 B 대표)

"인건비 지원마저 대폭 깎여"…벼랑 끝 스타트업

벤처투자 업계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정부 인건비 지원사업마저 줄면서 스타트업계 고충이 커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사람이 전부'라 할 정도로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최근의 투자 위축보다 지원 감축이 더 뼈아픈 분위기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스타트업 투자 유치 금액은 3816억원으로 전월(8368억원) 대비 56% 줄었다. 올해 들어 처음 5000억원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1월 이후 최저 기록이다. 업계가 체감하는 투자 경색이 이제는 수치로도 증명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혹한기'에 들어섰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대외 불확실성 심화 등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투자 유치 자체가 어려워진 데다 투자를 받으려면 디밸류에이션(기업가치 절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용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스타트업 C사 대표는 “올해 투자 라운드를 열려고 했지만 디밸류에이션을 받아들여야만 투자 유치가 가능, 계획을 미뤘다”면서 “스케일업(Scale-Up)보다는 현재 인력으로 최대한 버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인력이 중요한 시기지만 정부 인건비 지원은 규모가 줄어들거나 실효성이 떨어져 시름이 깊어졌다. 내년도 예산이 대폭 삭감된 청년재직자 내일채움공제가 대표적이다. 제도는 중소·벤처기업 재직 청년에게 최대 3000만원의 목돈을 지원, 장기근속을 유도하는 게 골자다. 내년부터 제조·건설 분야로 지원 범위를 줄이면서 정보통신(IT) 분야가 대다수인 스타트업은 사실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안전 솔루션 스타트업 D사 대표는 “청년 내일채움공제가 현장에서 채용과 고용 유지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올해 청년 추가 고용장려금과 청년 채용 특별장려금은 없어지고 새로 도입된 청년 일자리 도약장려금은 문턱이 높아진 것도 문제로 꼽힌다. 기존 장려금 제도는 청년을 신규 채용하면 지원한 반면에 일자리 도약장려금은 6개월 이상 실업 상태인 청년으로 범위를 줄임으로써 이직자는 대상에서 제외됐다. 6개월 이상 공백이 있는 인력을 채용해 교육하고 의무 고용 기간(6개월) 이상 유지해야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스타트업 입장에선 여러모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반응이다.

폐지된 청년 디지털 일자리 사업은 IT 활용 가능 직무에 청년을 채용한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6개월 동안 인건비(월 최대 190만원)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스타트업 인건비 부담을 덜어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B2B 스타트업 F사 대표는 “스타트업이 필요한 개발자 채용을 위한 프로그램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면서 “정부 예산안대로 내년 지원이 더 줄어들면 건강한 수익모델이 없는 플랫폼 스타트업 등은 채용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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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