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액화석유가스(LPG) 화물차 확대 정책을 급작스럽게 축소,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되는 LPG 화물차가 이달 말 단종된다. 수백개 LPG차량 부품업계는 정부 정책을 믿고 기업마다 많게는 수십억을 들여 설비투자를 했지만 다음 달부터 13개월 동안 신차 출시까지 존폐를 건 보릿고개가 불가피해졌다. LPG업계는 1차부터 2~3차 협력사까지 폐업에 준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환경부는 지난 2019년 LPG 화물차 지원 사업을 시작하고 2020년 7월에는 한국판뉴딜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미세먼지·온실가스 다배출 노후 경유차량 대상으로 LPG와 전기차 전환, 조기폐차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특히 2021~2025년 5년 동안 LPG 1톤 트럭 13만5000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돌연 '화물차 LPG 전환 지원사업' 계획을 변경했다. 2022년 2만5000대에 대당 4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가 1만5000대 및 대당 200만원으로 줄인 것이다. 내년에는 애초 계획인 3만대 및 대당 400만원에서 1만대 및 100만원으로 급감한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는 내년 12월 LPG 1톤 트럭이 출시될 때까지 현 LPG 1톤 트럭을 단종하기로 했다. 정부의 전기차 지원 물량이 지난해 2만5000대에서 내년 5만5000대로 급증하는 상황에서 양산 차질을 막기 위한 자동차 업계의 불가피한 조치로 해석된다.
2024년에는 국내 경유 화물차 생산이 중단되는 만큼 연간 14만~15만대로 추정되는 국내 1톤 트럭 시장은 LPG와 전기트럭이 양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LPG차량 부품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와 논의 끝에 연간 12만대 생산설비를 확충했는데 환경부가 돌연 1톤 전기트럭 지원계획을 3만~4만대에서 7만~8만대로 확대, LPG 지원 물량이 급감될까 우려된다”고 불안해했다.
LPG차량 부품 1차 협력사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믿고 대출을 받아서 4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했고, 계약금을 지불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중도금과 잔금을 지불해야 한다”면서 “완성차업체의 갑작스런 1톤 트럭 단종으로 매출의 30%가 하루아침에 증발하는 처지”라고 성토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에게 LPG차량 부품을 납품하는 100여개 2·3차 벤더사도 설비·인력 투자를 대부분 완료한 만큼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내 LPG차량 납품 1차 벤더 20여개사에 2·3차 벤더사까지 수백개 회사의 피해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LPG차량 부품업계의 불안감은 LPG 충전소 사업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LPG 충전소 매출로 볼 수 있는 '수송용 LPG 수요량'이 2010년 450만톤에서 지난해 260만톤으로 줄었고, 올해는 20여만톤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LPG 충전업계 관계자는 ”2025년까지 LPG 지원 정책이 마련되고 업계의 신규 설비투자까지 이어지면서 반등 기대감이 높아졌는데 정부 정책이 급변, LPG 수송업계에 한파가 불어닥칠 것”이라면서 “경유·휘발유에서 전기·수소차로의 전환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징검다리 역할을 해 줄 친환경 LPG차량을 홀대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