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큰 꿈과 희망을 품고 시작한다. 하지만 수명은 짧고 그 끝은 빠르게 다가온다. 실제 국내 창업 기업 중 5년 차 생존율은 29.2%(대한상공회의소, 2020년 기준)로 대부분 스타트업은 데스밸리(창업 3~5년 차) 극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뛰어난 아이디어와 훌륭한 팀, 자본을 다 갖췄어도 성장에 따른 잘못된 속도 조절, 주변 여건 등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거나 문을 닫는 경우가 발생한다.
스타트업이 이런 어려움을 빠르게 극복하고 실패로 빠지지 않도록 대·중견기업이 나서고 있다.
대기업 인프라, 자원, 집중력 있는 사업 리딩을 바탕으로, 스타트업 혁신기술과 신속한 실행력을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주도할 '혁신사업'을 찾는, 이른바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 길잡이 역할을 한다.
최근 더욱 활발해지는 다양한 오픈이노베이션 활동과 이를 통한 대기업-스타트업 간 상생 효과에 대해 살펴본다.
[오픈이노베이션① 미래 가능성 추구형] LG디스플레이, OLED의 내일을 만들어 갈 스타트업을 품다.
LG디스플레이는 1987년 박막트렌지스터(TFT)-LCD 개발을 시작으로 OLED, IPS 등 차별화 기술을 통해, 혁신적인 디스플레이 및 관련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회사다.
십 수년간 미래 준비를 통해 최근 LCD에서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기반으로 지속 새로운 시장을 육성하고 있다.
OLED로 프렉시블·롤러블·투명 디스플레이 등을 선보이며, 미래 산업의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해 왔다.
최근에는 스타트업이 가진 혁신기술과 신속한 실행력, 도전정신과 협업을 통한 '상생'에 주목하며 물적·인적 자원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인 LG디스플레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Dream Play'는 디스플레이 관련 신기술 및 신사업 아이디어를 조기 검증하고 우수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 3월에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2022 Dream Play with GCCEI' 프로그램을 통해 협업할 혁신 스타트업 미러로이드, 딥인사이트, 모픽, 프레임웍스 4개 기업을 선발했다. 이들 스타트업에는 LG디스플레이 연구·개발부서와 매칭을 통한 PoC(Proof of Concept) 과제 수행 기회, 자금 및 기술 지원을 받으며 역량과 가능성을 검증받는다.
또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기업별 사업단계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 역량 강화와 투자 연계 등 맞춤형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러로이드(대표 정지혜)는 헤어숍용 스마트 미러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실제 고객은 미용실에 있는 인공지능(AI) 및 증강현실(AR)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 미러에서 사진을 찍고 본인과 가장 잘 어울리는 헤어 스타일링, 컬러 염색 및 사후관리 등 가상 체험이 가능하다.
AI 헤어 스타일 추천 서비스가 도입되면 고객과 스타일 상담 시간이 단축돼 매장 회전율이 높아지고, 고객은 다양한 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어 미용 현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LG디스플레이와 미러로이드는 스마트 미러 디스플레이 시장 확대 가능성을 검증하기 위해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딥인사이트(대표 오은송)는 3D ToF(Time of Flight) 카메라 모듈에 경량화, 최적화된 AI 모델을 탑재하는 기술로 모빌리티, 스마트팩토리, 스마트가전 등 시장에 차세대 비전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이번 LG디스플레이와는 언더 디스플레이 3D ToF 카메라 센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한다.
이를 위해 LG디스플레이는 3D 센싱 카메라가 디스플레이 패널에 내장돼 시제품이 제작될 수 있도록 패널 제공, 구동 지원 및 성능 측정 등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모픽(대표 신창봉)은 '라이트필드(Light Field) 3D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사업 아이템으로 내놨다. 라이트필드 3D 디스플레이 기술이란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나 3D 안경 착용 없이 인간이 현실에서 느끼는 '양안 시차'와 '운동 시차'를 평면 디스플레이에 구현해 디스플레이 화면 안으로 깊은 공간을, 화면 밖으로는 눈앞까지 튀어나오는 시각적 몰입 효과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의료 분야의 경우 내시경, 현미경 수술 그리고 교육용 시뮬레이션에 적용돼 기존 안경 방식 3D 단점이었던 시야 차단과 어두운 화면의 불편함을 제거해 기능성 향상과 생산성을 높였다.
LG디스플레이는 Light Field 3D 디스플레이 개발을 위해 모픽의 3D 광학 렌즈, 시점 추적 기술 및 입체영상 쉐이더기술이 디스플레이 패널에 잘 동작할 수 있도록 제품 설계 및 개발을 지원하고 모픽은 제품 고도화 및 솔루션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프레임웍스(대표 문수홍)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초정밀로 가공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이 가공기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지정한 형상에 맞도록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초정밀 연마 가공을 할 수 있는 장비다. 적용된 주요 기술로는 초정밀 3D Mapping 기술 및 정밀 Vision, Motion Control 기술 등이 있다. 이런 기술은 모두 특허로 등록돼 있으며, 해외 특허 등록도 추진 중이다.
그동안 스타트업이 혁신 장비를 개발해도 성능 검증을 위해서는 실제 패널 가공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조달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프레임웍스는 Dream Play를 통해, LG디스플레이로부터 평가용 디스플레이 패널을 받아 초정밀 연마 가공 장비 검증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이 국내 시장은 물론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스타트업의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력은 대기업에서 갖추기 힘든 장점”이라며 “LG디스플레이와 Pivoting을 통해, 신기술·신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빠르게 검증하고 협력 파트너로서 성장하는 것을 보면, 프로그램 운영에 자부심을 느낀다. 스타트업과 경계 없는 열린 협업을 통한 상생 협력체계를 더욱 견고히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남=김동성기자 estar@etnews.com
이 기사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기획으로 작성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