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이 휴대형 전자기기 충전단자를 'USB-C'로 통일한다. 독자 충전방식을 고수하는 글로벌 제조사는 물론 한국 등 주요국의 전자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U 환경장관이사회는 24일(현지시간) 최근 유럽의회가 채택한 '전자기기 충전 규격 통일에 관한 법안' 시행을 최종 승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오는 2024년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디지털카메라, 휴대형 게임기, 키보드 등 휴대형 전자기기에 의무적으로 USB-C 타입 충전단자를 적용하는 게 핵심이다. 노트북은 2026년에 법안 적용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휴대형 전자기기 사용자는 제품별 충전단자 모양에 따라 제조사가 제공하는 별도의 충전기를 써야 했다. 독자 규격인 '라이트닝'을 적용한 애플 아이폰과 제조사별로 충전단자 형태가 천차만별인 PC가 대표 사례다. EU 집행위는 버려지는 충전기 탓에 연간 1만1000톤 규모의 전자폐기물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EU는 “새로운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를 살 때마다 충전기를 따로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충전단자와 급속 충전기술이 조화돼 사용자 편의가 개선되고, 전자폐기물도 상당량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그동안 EU의 충전 규격 통일안에 대해 기술혁신을 저해하고 이미 양산한 제품을 폐기해야 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24%를 차지한 유럽 시장 비중을 고려해 라이트닝 단자를 USB-C로 전환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애플코리아는 EU 법안 시행 등과 관련한 본사의 전략 방향을 당장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국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이 충전단자의 USB-C 타입 통합 및 호환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안에 USB-C 타입을 국가표준(KS)으로 제정할 계획이다. 산업 융·복합 확대는 물론 전자 폐기물 감량, 소비자 사용 환경 개선 등 효과를 기대했다. 다만 국표원이 마련하는 KS는 기업에 USB-C 타입 제품 제조와 사용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다.
국회도 조만간 충전단자 일원화 관련 법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충전단자를 USB-C 타입으로 표준화하는 내용을 담은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곧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안 발의 후 주요 내용을 검토, 정부 정책 방향을 결정할 방침이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