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본격 막이 오르는 예산국회가 시작부터 암초에 걸렸다. 앞서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에 대해 '야당 침탈'이라며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은 25일 2023년도 예산안 국회 관련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공공부문 긴축과 민간주도 경제지원, 약자보호를 골자로 한 건전재정 기조의 예산안을 소개했지만, 야당 의원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예산 심사 난항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예산안은 우리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담은 지도이고 국정 운영의 설계도”라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주문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순조로운 예산 심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 강경파는 윤 대통령 퇴진 시위에 동참하는 등 윤 대통령을 압박했고, 이에 국민의힘에서도 거대야당의 폭거라며 맞불을 놓고 있다.
21대 국회 개시부터 시작된 여야간 갈등이 해소의 여지 없이 강대강의 악화일로다. '검수완박법'과 '양곡관리법' 등에 대한 민주당의 단독처리에 이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여야 대치 상황이 격화되고 있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와 야당 탄압을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하자 민주당은 침묵으로 시정연설을 거부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예결위 회의장으로 이동해 의원총회를 진행했고, 윤 대통령이 국회를 떠난 뒤 다시 규탄 시위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시정연설을 하루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압수수색)는 국민과 헌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선전포고”라며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시정연설 보이콧에 대해 '헌정사 비극'이라며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 기본 책무까지 포기했다고 공격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시정연설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특권이라도 되는 것처럼 정치 사안과 연결지어 보이콧을 선언하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국회 법상 책무마저 버리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 “시정연설에 야당이 불참하는 것은 20여년 정치활동에서 처음 보는 광경으로 민주당 입법독재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 생각한다”라며 “민주당이 당 대표의 범죄협의를 은폐하기 위해 의회 민주주의의 본령인 대화와 타협은 실종되게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2023도 예산은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를 시작으로 심사를 시작한다.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 대해 복지예산과 지역화폐 예산 축소 등을 문제 삼으며 초부자 감세와 민생예산 삭감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