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비롯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가 연례 핵억지 연습인 ‘스테드패스트 눈’(Steadfast Noon)을 시작한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에 정례 대규모 핵전쟁 훈련인 ‘그롬’(Grom)을 실시하겠다고 통보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Dirty-bomb) 사용 가능성을 시사한 뒤 연이어 핵전쟁 훈련을 통보하자 러시아의 '거짓 깃발' 전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티 밤과 관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에 “어떤 전술 핵무기 사용도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러시아로부터 그롬 훈련에 대한 통지를 받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하며 "이전에 강조한 대로 이는 러시아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일상적 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는 투명하게 공지를 해야 하는 군비통제 의무를 따르고 있다. 현시점에서 이 이상 더 제공할 정보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롬은 러시아가 매년 10월 말 진행하는 핵전쟁 훈련이다. 다만 지난해는 진행되지 않았으며,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실시한 바 있어 러시아는 한 해에 두 번이나 핵전쟁 훈련을 실시하게 됐다.
미국은 러시아가 과거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전례가 있다는 이유로 이번에도 미사일 발사 훈련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 따라 미국에 사전에 통보해야 하는 사항이다.
최근 러시아 고위관료들은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공격설을 주장해왔다. 재래식 폭탄에 방사성 물질을 채운 저위력 폭탄으로 일정 지역에 핵오염을 일으키는 무기다.
화학무기 또는 전술 핵을 사용할 것으로 우려되던 러시아가 되려 이같이 주장하자, 일각에서는 핵무기 등 더욱 강력한 전쟁 수단을 동원하기 위한 '거짓 깃발' 전술을 펼치는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어 러시아가 핵 연습에 들어가자 우크라이나와 서방 국가를 상대로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해온 러시아가 군사훈련을 핵무기 이동의 명분으로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 라이더 대변인은 "나토는 군 준비태세를 변경하지 않았으며 현 시점에서 전략 태세를 바꿀 어떤 필요성도 보지 못했다"면서 아직까지 러시아가 '더티 밤'을 배치하려는 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러시아가 주장한 우크라이나의 더티 밤 사용에 대해서도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가 '더티 밤'이나 핵무기 배치를 준비하고 있느냐는 언론 질문에 "오늘 그것을 논의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답하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러시아가 전술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실수'를 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거짓 깃발 작전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아직 모른다"고 답했다. 이어 "그러나 그것은 심각한,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