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되면 본심이 나오고, 안되면 본성이 나온다.” 잘되면 인간의 본심인 욕심이 나오고, 안되면 인간의 본래 성격이 나온다는 말이다.
이는 법인격을 가진 기업에도 해당된다. 기업이 잘 나갈수록 진정 경제 사회발전에 최선을 다하는지 아니면 돌변하여 수익에 몰입하여 오히려 주변 생태계를 파괴하는지를 통해 기업의 진정한 본심을 엿볼 수 있다.
반면에 잘 나가던 기업이 어려워질 때는 기업의 숨겨져 있던 본성이 올라오곤 한다. 기업이 힘들거나 위험에 닥쳤을 때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 서비스를 종료하는 과정,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대한 임직원에 대한 예우, 예측하지 못한 사고에 대한 경영진 대응 등을 보면 기업 본성을 볼 수 있는 것인데 본성이 사나운지, 더러운지, 치사한 지를 알 수 있다. 평소 근로자나 소비자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를 기업이 어려울 때 알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제2 금융위기가 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정도로 경제 위기감이 높은 상태다. 특히 수익모델이 불명확했거나 초기 투자가 많이 필요했던 스타트업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폐업이나 서비스 중단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심지어 그룹사 영향으로 성장했던 식음료 대기업 관계사도 폐업을 선언하고 정리해고에 들어갈 정도다.
솔직히 이들의 폐업이나 서비스 중단이 경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어찌 보면 시장의 배임이다. 이들은 시대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낙오자들이지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기업들이 문을 닫는 이유는 차지하고서라도 남겨진 스타트업들에 중요한 시사점은 바로 어려운 상황에 놓은 기업들의 본성이다.
최근 김범수 다음카카오 창업주는 국정감사장에서 “무료 서비스는 사실 세계적으로 선례가 없어 이 부분은 피해 사례 접수받는 대로 피해를 받은 이용자나 단체, 협의체 만들어 피해보상 기준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카카오 서비스를 바라보는 창업자의 관점이자 본성이다.
사실 다음카카오는 한국국제회계 기준 2021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48% 늘어난 6조1361억원을 기록했으며,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5969억원이었다. 창업자가 말한 무료 서비스를 기반으로 6조원대 매출과 6000억원대 영업이익이라는 카카오 왕국을 이룬 것이다. 카카오 창업주 발언은 얼핏 보면 무료 서비스지만 보상체계를 마련하겠다고 긍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으나 이면에는 무료 서비스라는 전제를 내세운 점 자체가 카카오 서비스를 바라보는 본성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느껴진다.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 관점이 카카오 임원들의 주식 먹튀 사태나, 기존 시장 생태계와의 마찰, 금번 무방비상태의 서비스 중단 사태를 이끌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만일 무료 서비스라 주장한다면 카카오로부터 창출되는 6조원을 포기해야 한다. 6조원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계속 카카오를 무료 서비스로 인식한다면 이것이 위기 속에서 나타나는 카카오의 진정한 본성이라 할 것이다. 카카오 관련 주식이 50% 이상 하락한 것은 단순 경제가 어려워서라기 보기 어려운 이유다.
향후 21세기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스타트업들은 금번 선배기업들의 위기 속 본성을 배워야 한다. 이 경제 위기 속에서 선배기업들이 어떻게 자기 서비스를 정의하고, 소비자를 대하며, 임직원들을 존중하는지를 말이다. 지금이 투자를 많이 받고, 회원이 많고, 매출이 높아 존경받았던 성공한 선배기업들이 어떤 본성을 갖고 있었는지 학습할 기회다.
박항준 글로벌청년창업가재단 이사장 danwool@gef.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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