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 서비스 사업자들이 국고보조금을 받고도 설비 관리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제시스템을 통해 이상 징후에 즉시 대응하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객센터에서 인지 못한 채 방치된 곳도 있었다.
전자신문이 지난 24~25일 이틀간 서울 주요 전기차 충전소 충전기 30여기를 조사한 결과 다수 시설에서 출력 미달, 결제 오류 등이 확인됐다.
전기차 충전기 시스템은 출력을 제공하는 '파워뱅크'와 차량의 충전 연결 및 통신, 사용자 과금 처리, 충전량 등을 관리하는 '충전포스트' 등으로 구성된다. 파워뱅크는 복수의 파워모듈로 구성된다. 100㎾ 충전기의 경우 20㎾ 파워모듈 다섯 개로 이뤄진 파워뱅크가 전력을 공급한다. 파워모듈 일부 고장 시 출력이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서울 서초구 GS연일주유소는 100㎾ 충전기 2기를 운영하지만 한 충전기는 99.52㎾, 다른 충전기는 45.98㎾로 출력 차이가 컸다. 파워모듈 고장에 따른 출력 저하로 판단된다. 또 다른 GS타워주유소도 100㎾ 충전기 테스트 결과 44.8㎾로 정격 출력에 크게 못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충전량, 온도와 날씨 등을 고려하면 출력이 10~20% 낮게 나올 수 있지만 이보다 더 낮다는 건 파워모듈 고장”이라며 “큰 투자비를 들이지 않고도 관제시스템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결제 시스템 오류로 인해 무료 충전이 가능한 곳도 있었다. SK에너지 퇴계로 주유소는 설치된 2기의 출력은 모두 우수했지만 1기가 결제 에러로 충전량을 인식하지 못하고 환불 처리하는 오류가 있었다. 조사 당일 이 같은 문제를 확인했으나, 현재는 수리를 거쳐 운영을 재개했다.
현대백화점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에 위치한 클린일렉스의 100㎾ 충전기는 90㎾ 충전속도가 나오지만 충전기 1기가 에러로 이용이 불가했다.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가 운영하는 코엑스 100㎾ 충전기 1기도 이용이 불가한 상태로 방치됐다. 고객센터 원격제어 또는 자가 재부팅으로 해결했으나 두 업체 모두 해당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충전기 출력은 정상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반포2동공영주차장(에버온 100㎾), 마포 소금나루도서관 E-PIT(현대차 급속 100㎾), 용산구청(차지인 100㎾), 압구정로29길 공영노상주차장(대영채비 100㎾) 등은 90% 안팎 출력을 제공해 정상 운영 중이었다.
출력 미달, 결제 오류, 에러 상태 방치뿐 아니라 전기차 충전기 케이블이 무거워 이용이 불편한 곳도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 노약자나 여성의 경우 이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차 충전기는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은 자체적으로 운영하지만 대다수가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받아 구축한다. 안내한 출력 성능이 미치지 못하는데 높은 수준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는 것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성태 전기차사용자협회장은 “새로운 충전사업자들이 나오면 서비스품질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 큰 변화가 없는 것 같다”며 “환경부 급속충전기 경우 고장률이 매일 공개돼 관리되는 반면에 국가 보조금을 받는 다른 완·급속 충전기는 고장 등 실태 파악이 되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고장을 방치한 사업자를 확인하기 위해 올해 1500여개 전기차 충전기를 불시 점검했고, 해당 점검 결과를 내년도 사업자 선정 평가 때 반영할 계획”이라며 “사업자와 환경공단을 통해 불편신고센터 총괄관리 기능을 구축하기 위한 협의도 진행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사업자의 전기차 충전기 출력 점검 결과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