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처럼 제트슈트를 착용한 응급요원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강풍·폭우 등 악천후 속에서 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조 헬기가 도착하기 전 응급요원이 생명이 위독한 오지의 환자를 먼저 찾아가 구조하는 것이 목표다.
영국 구조 단체인 '그레이트노스에어앰뷸런스서비스(이하 GNAAS)'는 최근 소속 팀원이 제트슈트를 입고 언덕 위로 날아오르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해당 제트슈트는 영국 '그래비티 인더스트리'가 제작했다. 그래비티 인더스트리는 지난 2020년부터 GNAAS와 공동으로 테스트를 진행해오고 있다.
제트슈트에는 양손에 각 2개, 배낭에 1개 등 총 5개의 소형 제트엔진이 장착됐으며 최대 10분간 비행이 가능하다. 1만2000피트(약 3658m) 이상을 날아올라 최대 시속 85마일(약 137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등반하면 1시간 이상 걸리는 산간 지역에도 순식간에 도달할 수 있다.
GNAAS 응급요원인 제이미 월시는 약 10일간 훈련을 받은 후 이번 비행 훈련에 참여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그가 악천후 속 가파른 경사지 위로 날아오르는 모습이 담겼다. 그래비티 인더스트리 출신 발명가 리차드 브라우닝도 비행에 합류했다.
월시는 “능선 위로 날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도 “실제로 경험해 보니 매우 안정적이고 조종 또한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테스트가 진행된 레이크 디스트릭트는 언덕이 많고 가팔라 응급요원이 구조작업을 벌이기 험난한 곳이다. 이번 비행 훈련은 제트슈트 기술 시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구조 헬기나 지상팀이 현장에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경우 응급요원들이 제트슈트를 착용한 채 절벽 등 험준한 지형에 있는 환자를 구조할 수 있다.
리처드 브라우닝은 “2020년 제트슈트의 개념이 나온 이후 (기술의) 환상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응급 구조 분야에 제트슈트 기술을 얼마나 응용할 수 있는지 알게 됐다”고 이번 훈련을 평가했다.
이어 “제트슈트의 최종 목표는 응급요원이 응급조치가 필요한 위급한 환자를 찾아가는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NAAS의 앤디 머슨 운영국장은 “하늘을 나는 구급요원이 골절상을 입은 이를 위한 진통제나, 심장마비가 온 이를 위한 제세동기를 갖고 현장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삶과 죽음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그래비티 인더스트리의 제트슈트를 입은 파일럿은 단 8분 만에 3117피트(약 950m) 높이 헬벨린 산 정상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헬리콥터로는 약 24분이 걸리며, 구급요원이 걸어서 가려면 적어도 한 시간은 걸리는 높이다.
그래비티 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영국 왕립해병대와도 제트슈트 시험비행을 진행했다. 미래의 탑승 작전을 준비하기 위한 테스트로, 영국해협에서 선박과 선박 사이를 점프하는 데 활용됐다. 9월엔 미국 해군이 뉴욕항에서 제트슈트를 입고 퀸 엘리자베스호로 날아와 착륙하기도 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