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핼러윈의 비극...구멍 뚫린 공공안전

[이태원 참사] 핼러윈의 비극...구멍 뚫린 공공안전

핼러윈을 맞아 인파가 몰린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다. 도심 한복판에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하면서 공공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30일 소방당국은 오후 4시 30분 기준 사고로 인한 사망자가 153명, 부상자는 10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도심에서 대규모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것은 1995년 6월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사망 502명·부상 937명) 이후 처음이다. 3년 만의 '노 마스크' 핼러윈 행사로 수십만 인파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압사 사고 가능성에 대한 별도 대비책이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은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두고 담당 경찰서인 서울 용산경찰서를 중심으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 28일부터 30일까지 매일 10만명 이상이 이태원을 찾을 것으로 보고 200명 이상 경찰력을 이태원 거리 곳곳에 투입하기로 했다. 불법 촬영이나 강제추행, 절도와 마약범죄 관련 단속에 주안점을 둔 반면, 압사 사고 가능성은 고려하지 않았다. 용산구도 27일부터 사흘간 28개조, 직원 150여명을 동원해 비상근무를 했지만 인파를 감안하면 중과부적이었다는 지적이 따른다.

핼러윈 행사 관리 주체가 없던 것도 화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다. 좁은 이태원의 골목길과 지형으로 사고 발생 가능성이 충분했지만 핼러윈 행사가 자발적으로 진행돼 동선을 관리할 주체가 없었다. 앞서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용산구가 후원한 이태원지구촌축제 때는 이태원역 중심 도로를 통제한 뒤 도로 위에서 각종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당시 서울 여의도엔 100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서울시를 중심으로 소방재난본부, 한강사업본부, 영등포구청, 영등포 소방서·경찰서가 합동해 종합안전본부를 설치, 현장을 관리했다.

사고 대응도 지연됐다. 사람이 깔렸다는 내용의 신고가 최초 접수된 시각은 29일 오후 10시 24분으로 10분도 안 돼서 용산소방서, 중부소방서 등 용산 관내 구급 차량이 총 출동했지만, 현장 접근에 어려움을 겪었다. 용산소방서에서 사고 현장까지는 수 분 내 도착 가능한 거리지만 인파로 인해 현장 도착에 수십 분이 소요됐다.

외신은 이태원 참사를 긴급 타전하면서 공공안전 관리 문제를 거론했다. AFP통신은 “이번 사고가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공공 안전기준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