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뒤면 인천공항 임대료 폭탄…면세업계, 달라진 '셈법'

인천공항공사, 실적 악화 감내 어려워
특별한 사정 변경 없으면 정부 지원 종료
T2 매장, 신규사업자 선정 입찰기간 여유
T1 매장, 사업기간 많이 남아 임대료 고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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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인천공항 임대료 지원 종료가 두 달 남은 가운데 면세업계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사업 기간이 만료되는 롯데·신라와 달리 기간이 남은 신세계·현대 등은 수백억원 임대료 폭탄을 다시 부담해야 한다. 약 3년 만에 부활하는 고정임대료 부담은 인천공항 신규 면세 사업자 입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 달 뒤면 인천공항 임대료 폭탄…면세업계, 달라진 '셈법'

3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국내 공항시설 사용료와 상업·업무용 시설 임대료 감면 기간은 내년 1월 1일자로 종료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0년 9월 임대료 징수 체계를 고정임대료 방식에서 품목별 영업요율 방식으로 변경했다. 코로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든 만큼 임대료를 매출 수준에 맞춰 납부하게 한 것이다. 지난 6월 업계 요청으로 지원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다.

임대료 지원 조치가 또 다시 연장될 가능성은 낮다. 지난 6월 정부는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한 감면 조치를 종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인천공항공사가 더 이상의 실적 악화를 감내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공사는 임대료 지원 조치를 실시한 지난 2년간 1조원이 훌쩍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임대료 지원 조치에 한 목소리를 냈던 업계는 입장이 나뉘기 시작했다. 롯데·신라의 경우 제2터미널(T2)에만 매장이 남아있으며 내년 1월이면 사업 기간이 만료된다. 후속 사업자 선정이 늦어 6개월 연장 운영이 유력하다. 지금까지 연장 운영 사업자는 모두 영업요율 방식으로 임대료를 납부해왔다. 당장 수백억원에 달하는 고정임대료 부담은 없다. 신규 사업자 선정 입찰을 준비할 여유가 있는 셈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제1터미널(T1)에 위치한 사업자다. T1에 위치한 신세계·현대백화점면세점과 중견·중소 사업자들은 사업 기간이 남아 있다. 신세계면세점의 경우 당장 내년부터 월 200억원 이상의 고정임대료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에 맞먹는 규모다. 신사업을 검토할 여유가 없다.

임대료 지원조치 만료는 인천공항 신규 면세사업자 입찰 흥행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번 입찰은 T1 사업권 9개와 T2 사업권 6개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T1은 지난해 세 차례 유찰로 공실이 발생한 상황이다. 당초 입찰 절차가 올해 중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공고가 늦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입찰 흥행이 절실한 인천공항공사가 신규 입찰 공고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정임대료 부담을 안은 사업자들이 입찰에 적극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면세업계 매출이 회복세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크게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항공수요는 여전히 코로나 이전 대비 30~40% 수준이고 최대 고객인 중국 하늘길도 굳게 닫혀 있다. 중국 따이공(보따리상)에 지급하는 송객 수수료만 치솟는 실정이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이전에는 공항 면세점 적자를 시내 면세점이 메우는 구조였지만 지금은 공항·온라인쪽 매출만 소폭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료가 원상복구 되는 업체들은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