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찾았던 인도인 "숨 못쉬며 쳐다보던 눈빛 떠올라"

인도인 뉴힐 아하메드(32)씨는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들이 잊히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토로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CBC 방송이 보도했다.

아하메드는 그날 이후 눈만 감으면 끔찍한 장면들이 떠올라 고통스럽다고 전했다.

그중 하나는 이미 사망한 친구에게 30여 분간 심폐소생술(CPR)을 멈추지 않던 한 남성의 모습이다. 소용없으니 그만하라는 바로 옆 다른 친구의 외침에도 그는 필사적이었다.

다른 장면은 군중 속에서 눈이 마주친 한 여성이다. 이 여성은 수많은 인파 속에 갇혀 숨을 쉬지 못하며 무력한 눈빛으로 아하메드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는 여성을 구하기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하메드는 "잠을 자려고 누우면 어김없이 두 장면이 떠오른다"며 "지난 이틀 동안 기껏해야 5∼6시간밖에 못 잤다"고 했다.

사고 당일 그는 친구들과 함께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정보기술(IT) 전문가로 한국에 머물며 이태원에서 살아온 지 올해로 5년째였다.

그는 해마다 이태원 주변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겼지만, 올해 같은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 속에 갇혀 멈출 수도, 돌아갈 수도 없었다. 인파의 파도를 따를 도리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가까스로 벽 쪽으로 몸을 움직여 난간을 잡고 계단 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군중 속을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행과는 떨어지게 됐다. 뒤로 친구들이 보였지만 서로 다른 방향이었다.

그는 30분쯤 지난 후 현장을 벗어나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그 사이 곳곳에서 사람들이 기절하고 비명을 질렀다. 또 "숨을 쉴 수 없다"는 외침도 들렸다.

당시에는 참사라고 할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구급차들이 잇달아 들이닥치며 급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당시 현장에서 경찰을 별로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누구에게도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는 "항상 안전하다고 느끼는 한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