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녹취록 후폭풍… 與 "여야정 특위" vs 민주당 "국정조사"

與 "원인·책임 규명 앞장 설 것"
'사고조사특별위원회' 구성 제안
野 "정부, 책임회피에만 급급"
국정조사·특검법 등 추진 검토

이태원 참사 애도기간에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외쳤던 초당적 협력에 균열이 벌어졌다. 사고 당시 112 신고 녹취록으로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드러나면서 사고원인과 책임규명을 두고 다시 정국이 얼어붙을 조짐이다. 국민의힘은 '사고조사특위' 구성을,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조사'와 '특검법'을 검토하고 있어 향후 대책을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여권은 사고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기조를 유지하며, 정부의 미흡한 대응에 잇달아 사과했다. 자칫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책임 회피' 등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지난 1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부적절한 발언을, 윤희근 경찰청장이 초기대응 미흡을 사과한데 이어, 2일에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몹시 당혹스럽고 유감스럽다. 국민 여러분께 너무도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비대위원장은 특히 이번 사고 관련 원인과 책임규명에 여권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책임을 어디에도 미루지 않겠다”라며 애도기간이 끝나는 즉시 여야와 정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태원사고조사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112, 119 신고 녹취록을 듣고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하고 있다”라며 “애도기간이 지나면 원인 규명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 추궁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법에는 주최자가 없거나 불분명한 경우 안전 관리를 조치할 주최가 없어 대형사고 가능성이 있었던 점을 손질했다. 개정안은 많은 인파가 모일 수 있는 행사 등에 대해서는 지자체장이 경찰·소방과 협력해 안전 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이동통신기지국을 활용해 인구 밀집 데이터 기반 특정 지역 내 긴급재난문자 발송 등 안전 관리의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민주당은 112 신고 녹취록 공개 이후 태세를 전환했다. 윤 정부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고 보고 국정조사나 특검법 등도 검토하는 모양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정부 고위 책임자들의 자세는 책임지려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전날 외신 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을 섞어 대답하고 웃음까지 지은 것에도 “농담을 할 자리인가”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표는 “가족들이 울부짖는 와중에 희생자가 아닌 사망자라고 하고 영정사진을 붙이지 말고 위패를 생략하라는 지시를 하나”라며 정부 행태를 비판했다. 더불어 “고통 속에 오열하는 국민 앞에서 꼼수를 부려 유가족 피해자를 우롱하고 있다. 정치는 권한 크기만큼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을 제대로 책임지게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정부의 면피 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참사 이틀 만에 경찰청이 시민단체 동향을 보고한 사실이 밝혀졌다. 비판적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황도 포함됐다. 국민 안위보다 책임론 회피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국정조사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이후 취재진과 만나 “112 신고 내용 등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전면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며 “총체적인 책임이 필요한데 만약 그렇다고 하면 진상조사도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도 “현재는 전체적인 국정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