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상에 이태원 참사의 걸러지지 않은 참혹한 영상이 퍼지면서 이를 본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한국인들이 참사 이후 온라인으로 전파된 끔찍한 장면들을 접하면서 공포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하며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깔려 있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이런 일이 일어나기 쉬웠다고 지적했다.
여과되지 않은 사고 영상 등은 29일 밤 경찰이 참사 현장에 출동한 이후부터 온라인에 올라오기 시작해 널리 퍼져나갔다.
뉴스 매체들은 대부분 영상을 편집하거나 흐리게 처리해 시청자들에게 주는 충격을 줄였으나, 사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들이 직접 올린 영상과 사진은 여과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여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영상 일부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얼굴이 식별 가능한 상태로 나온다.
WSJ는 사고 다음 날인 30일 새벽 4시에 우연히 잠에서 깼다가 트위터에 올라온 사고 현장 영상을 보게 된 여대생 정현지(21)씨의 사연을 예로 소개했다.
정씨는 "(사고 현장 영상들을) 보고 싶지 않았는데, 여러 다른 SNS 플랫폼에 계속 올라오더라"며 "그 후로 매일 오전 4시만 되면 잠이 깨고, 사고 현장 장면들이 계속 떠오른다"고 말했다.
사무직 노동자인 에스더 황(36)씨는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은 물론이고 기사를 읽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고 WSJ에 말했다.
기업들의 SNS 계정을 관리하는 일을 하는 프리랜서 유지윤(31)씨는 "이태원 참사 현장 영상에 달리는 악성 댓글 때문에 스트레스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해 하루 수면 시간이 2시간 이하로 줄었다"면서 "인간이 얼마나 저열해질 수 있는지 그 바닥을 봤다"고 말했다.
WSJ은 문제 해결에 나선 한국 정부의 조치도 소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이태원 참사 관련 개인정보 침해 상황을 11월 한 달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모자이크 되지 않은 피해자의 얼굴 사진이나 동영상 등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삭제토록 할 방침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