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
최근 건설 분야에서 회자되는 옛말이다. 유가가 오르는 지금이야 말로 다시 해외 건설 활성화를 노려볼 때라는 뜻이다. 지난 27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해외건설'이 단연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국토교통부는 유가가 오를 때 해외 건설 수주액이 상승하는 연관계수를 들어 제2 중동 붐을 겨냥한 부처 협력을 강조했다. 기획재정부는 해외건설 패키지 투자를, 고용노동부는 해외 파견 건설근로자 특별연장근로인가기간 확대를 약속했다.
하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그 보다 더 중요한 과제를 말하고 있다. 제2 중동 붐에 현재 건설 문화와 조달정책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계 표준과 모범이 되어야 할 공공정책부터 글로벌 스탠더드로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체력을 길러야 해외 수주로 갈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토목 공사는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에서도 공공 정책은 산업 길라잡이가 된다. 가장 공정해야 하고 가장 선진적이어야 한다. 최근 토목학회가 개최한 콘퍼런스에서 한 전문가는 건설 관련 공공조달의 가장 큰 문제로 “궁극적 목표와 이를 위한 기본원칙이 없다”고 지적했다. 버젓이 국가계약법이 있지만 어떠한 원칙도 제시하지 않았다. 단순히 국가가 수행하는 계약을 원활하게 수행하는 단순 행정절차로 치부했다. 이와 달리 미국은 '가장 가치 있는 물품이나 용역을 제때 조달하기 위함'이라고 기본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원칙이 없다 보니 형평성과 효율성에서 무엇이 우선이 돼야 할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토목·건설 분야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가장 선진적인 공법과 기술도 공공조달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전 부처가 합심해 제2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면, 조달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사업규모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 발주와 평가, 혁신적인 기술보다 무조건 예산절감이 우선시 되는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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