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환경·인권 보호 등 기업의 책임있고 지속가능한 경영을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한다.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지속가능성 실사법'보다 적용 대상을 더 확대하고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조항까지 담았다. ASML 등 글로벌 기업과 공급망 체계를 안정화하기 위한 한국 기업의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네덜란드 복수 정당은 '책임있고 지속가능한 국제 비즈니스법(Responsible and Sustainable International Business Act)' 법안을 지난 1일(현지시간) 하원에 발의했다.
네덜란드와 EU가 추진 중인 '지속가능성 실사법'은 기존 '공급망 실사법'을 보강한 것으로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과 함께 대표적인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규제로 꼽힌다.
네덜란드 '지속가능성 실사법'에 따라 앞으로 네덜란드 기업들은 자국 외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인권·환경 피해 행위에 대해서도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 자사가 저지른 부작용을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기업은 사업 활동이 중단된다. 한국을 포함한 해외 공급사들의 인권·환경 피해 행위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협업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EU는 네덜란드에 앞서 역내 기업에 ESG 경영을 강제하는 '지속가능성 실사법'을 공개한 후 회원국 협의를 진행 중이다. 법이 시행되면 EU 기업은 물론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은 노동 인권 침해 및 환경 파괴 여부, 탄소중립 등 지속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공급망을 주기적으로 실사받는다. EU는 법 시행과 함께 당장 적용받는 그룹1과 2년 유예기간을 주는 그룹2을 구분했다. 그룹1은 임직원 500명 이상 대기업이고, 그룹2는 고위험 섹터의 임직원 250명 이상 중소·중견기업이다.
네덜란드는 2019년부터 민·형사 처벌까지 담아낸 '공급망 실사법'을 시행하며 환경·인권을 강조해온 만큼, EU의 '지속가능성 실사법'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수출주도형 한국 기업들 또한 ASML, 폭스바겐, 에어버스 등 EU 기업과 공급망 체계를 안정화하기 위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빛나 한국무역협회 브뤼셀지부장은 “EU 집행위 법안보다 기업에 더 엄격한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 적용 대상 기업은 종업원 250명 이상 기업이 포함된다”면서 “2030년 이후 종업원 수 50인 이상으로 대상을 확대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CEO에 대한 형사책임도 부과되며 기업의 면책을 위해 기업에 의무이행을 증명토록 입증책임을 전환했다”면서 “네덜란드 의회 법안은 EU 이사회와 유럽의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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