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진미선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퇴행성 뇌 질환이나 대사 질환 등 발병에 관여하며 세포 내 불필요한 펩타이드를 운반하는 단백질 TAPL이 세포 내 지질 수송 기능을 하고 있음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TAPL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가 될 전망이다.
TAPL은 체내에서 세포막 내외로 당·비타민·호르몬 등 다양한 물질을 수송하는 단백질인 'ABC 트랜스포터' 일종이다. ABC 트랜스포터의 돌연변이나 기능 이상은 암·저혈당증 등 다양한 난치성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
TAPL은 펩타이드를 리소좀으로 운반하는 수송체이다. 펩타이드는 여러 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에너지 생성 및 단백질 합성에 재사용된다.
TAPL 기능 이상은 세포 내 펩타이드의 과도한 축적을 유발해 다양한 암이나 대사질환, 퇴행성 뇌 질환의 발병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TAPL 존재가 처음 알려진 후 수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다.
TAPL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인 단백질 결정화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세포 내 펩타이드 수송 메커니즘 연구에 큰 걸림돌이 돼 왔다.
진 교수팀은 결정화 과정 없이도 단백질 구조 규명이 가능한 초저온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수송 사이클 동안 TAPL이 갖는 여러 구조 규명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TAPL이 펩타이드뿐만 아니라 인지질 수송에도 관여함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세포막은 외막과 내막의 이중막으로 돼 있는데 외막의 지질을 내막으로 혹은 내막의 지질을 외막으로 수송하는 것을 '인지질 수송'이라고 한다. 이 수송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알츠하이머와 같은 퇴행성 뇌질환 혹은 비만, 지방간 등의 대사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TAPL 펩타이드 길이에 따른 수송 능력의 차이뿐만 아니라 인지질에 의한 ATP 분해 활성 증가를 확인했다. TAPL 구조 분석 결과 기질결합부위에는 소수성 잔기가 주로 분포돼있는 부분과 친수성 잔기가 주로 분포된 두 부분으로 나뉘며, 각각 인지질과 펩타이드가 결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ATP가 결합하게 되면 TAPL의 기질결합부위가 세포질에서에서 리소좀 안쪽으로 향하는 구조 변화가 일어나게 되어 기질이 수송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TAPL이 2개의 서로 다른 작동 메커니즘을 통해 펩타이드뿐만 아니라 인지질 수송에도 관여한다는 가설을 증명했고 △수송 사이클 동안 기질 및 ATP 결합으로 인한 TAPL 구조 전이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확인했으며 △향후 TAPL이 암, 대사질환, 퇴행성 뇌질환 치료를 위한 표적 단백질로 고려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진미선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TAPL의 기능적 다양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TAPL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국제학술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 온라인에 최근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